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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 악연으로 얽힌 두 인물이 그 굴레 안에서 함께 헤매고 애쓰는 과정

낮에는 청소업체, 밤에는 식당에서 일하는 정주(윤지혜)는 맥주잔에 소주를 들이부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오랜 시간 홀로 고단하게 지내온 정주의 귀에는 해고당할 위기에 처한 동료의 부탁도, 괜찮은 사람을 소개해주겠다는 사장의 말도 잘 들리지 않는다. 가슴 한편에 무거운 돌이 박힌 것처럼, 그는 그저 묵묵히 삶을 견뎌갈 뿐이다. 어느 날 그런 정주의 일상을 뒤흔드는 사람이 나타난다. 12년 전, 아들의 수술비를 감당하기 위해 남편과 함께 유괴했던 아이 민구(김대건)가 청소업체의 새 직원으로 나타난 것. 그것도 갓 출소한 전과 2범 범죄자의 모습으로 말이다. 정주는 그늘진 얼굴로 성장한 아이를 보며 혼란에 휩싸이고, 갈 곳 없는 민구 주변을 맴돈다. <호흡>은 악연으로 얽힌 두 인물이 그 굴레 안에서 함께 헤매고 애쓰는 과정을 담담하게 따라간다. 씻을 수 없는 죄책감에 짓눌린 정주, 세상을 향한 분노로 가득 찬 민구가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면서 서로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 영화 내내 아프지만 설득력 있게 펼쳐진다. 해충을 없애고, 하수구를 뚫고, 먼지를 쓸어가며 폐허를 청소하는 정주와 민구의 모습은 영화를 관통하는 이미지라 할 수 있는데, 한 인물이 다른 인물의 무언가를 닦아내는 마지막 짧은 ‘청소’는 이야기의 방점을 찍으며 여운을 남긴다. 2018년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상, 제3회 마카오국제영화제 최우수작품상 수상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