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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코> 바쿠와 똑같이 생긴, 다른 사람

오사카에서 대학을 다니고 있는 아사코(가라타 에리카)는 길거리에서 우연히 바쿠(히가시데 마사히로)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운명 같은 둘의 만남은 바쿠가 말도 없이 갑자기 사라지면서 끝난다. 2년이 지난 뒤, 오사카에서 도쿄로 온 아사코는 커피숍에서 일을 하다가 우연히 회사원 료헤이(히가시데 마사히로)를 보고 깜짝 놀란다. 바쿠와 똑같이 생긴, 다른 사람이다. 아사코는 료헤이를 몇 차례 만나면서 혼란에 빠진다.

줄거리만 보면 그저 청춘들의 연애 이야기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사코>는 아사코가 운명적인 연인을 잊지 못한 채 살아가다가 그와 똑같이 생긴 남자를 만나면서 겪은 혼란감을 그려내는 이야기다. 아사코가 겪는 혼란감은 바쿠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생긴 상실감에서 기인한다(영화에서 자세하게 드러나진 않지만 아사코는 바쿠를 만나기 전에 만났던 남자와 비슷한 경험을 했던 것 같다). 도쿄에서 지진이 일어난 날 아사코는 료헤이를 만나기로 결정하고, 그렇게 연인이 된 아사코와 료헤이가 센다이 지역에서 봉사하러 가는 상황을 쭉 살펴보면 영화에서 다루는 상실감은 3·11 동일본대지진과 무관하지 않다. 영화는 지진 이후에 젊은 세대들이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들의 고민을 담아낸다. 다만, 아사코와 료헤이가 어떤 사건을 겪은 뒤 다시 만나 각기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행동은 의문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