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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악한 꿈> 아이들은 아직 서툴고, 어른들은 너무나 차가운 세계

시골의 깊은 숲속에서 마주친 조나스(조시 위긴스)와 케이시(소피 넬리스)는 서로가 외로운 존재임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리고 금세 가까워진다. 조나스는 부모의 권유로 학교를 그만두고 농장에서 일하고, 케이시는 경찰관인 아버지 웨인(빌 팩스턴)을 따라 막 이곳으로 이사를 온 상태다. 기댈 곳이 없던 소년과 소녀는 그렇게 서로를 탈출구 삼아 일상을 견딘다. 그리고 여기까지 영화는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광활한 갈대밭과 호수를 사이에 두고 펼쳐지는 감각적인 로맨스의 길을 걷는 듯 보인다.

하지만 영롱한 한때가 곧 짓이겨지고 말 것이라는 예감은 제목에서부터 익히 드러난 바다. 폭력을 휘두르는 케이시의 아버지 웨인으로부터 도망치기로 결심한 아이들이 웨인이 훔친 100만달러를 발견하면서 사건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소년과 소녀의 가출 소동극이 될 뻔한 이야기가 어느새 범죄 스릴러의 급류에 휘말린 모양새다. 달콤하다가도 돌연 잔혹해지는 꿈처럼 희망적인 로맨스였던 둘의 행로는 춥고 굶주린 추격전으로 접어든다. 이 두 가지 상반된 무드와 함께 몰입감을 유지하는 네이선 몰랜도 감독의 연출력을 높이 평가할 만하다. 아이들은 아직 서툴고, 어른들은 너무나 차가운 세계. <험악한 꿈>은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폭력을 택하는 아이들을 비춤으로써 더욱 잔혹해지는 이야기다. 주제와 대비되는 감성적인 촬영과 음악 또한 정서를 쌓아가되 결코 과하지 않은 절제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