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리 자신과의 친밀한 교감을 도울 여섯권의 책들

“시인 김수영이 ‘시의 궁극적인 목적은 침묵이다’라고 말했죠. 여기서의 침묵은 말이 필요 없는 교감 상태를 이릅니다. (중략) 인문학에서의 침묵이란 ‘삶에서의 확신’을 의미합니다.” 강신주 철학자는 <씨네샹떼>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밀리언달러 베이비>에 관해 위와 같이 말했다. 그렇다면 침묵하자. 우리는 자신과 더욱 친밀하게 교감할 필요가 있다. 여기 소개하는 각기 다른 여섯권의 책이 우리의 침묵을 도울 것이다.

두권의 소설, <오베라는 남자>와 <허즈번드 시크릿>은 각기 다른 관점에서 죽음을 다룬다. <오베라는 남자>에서 괴팍한 남자 오베는 아내의 죽음에 깊은 상실감을 느낀다. 오베의 가슴속 텅 빈 구멍은 오베 못지않게 괴상한 오베의 이웃들이 채운다. 오베는 날마다 죽음을 되풀이하지만 그를 둘러싼 이웃들로 인해 매번 다시 살아난다. 그의 가슴이 뜨끈한 마음들로 가득 채워질 때쯤 오베는 비로소 완전한 끝을 맞이한다. <허즈번드 시크릿>에서 다뤄진 누군가의 죽음은 더 많은 인물들을 죽음과 가까운 상태로 몰아넣는다. 인간의 아주 취약한 면모, 호기심과 비밀스러움은 가상의 죽음을 가속화한다. 인물들은 끝내 삶을 선택하지만 그 생은 죽음과 다르지 않은 삶이다.

정혜신 박사와 진은영 시인이 공저한 <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 강신주 철학자와 이상용 영화평론가가 공저한 <씨네샹떼>는 서로 다른 분야의 필자들이 하나의 주제로 조우한 결과물이다. <천사들은 우리 옆집에 산다>에서 두 필자는 세월호 침몰사고라는 범국민적이고 끔찍한 트라우마를 함께 견디는 법을 설파한다. 모든 이들의 삶에 직간접적으로 상처를 안긴 재앙 앞에 우리는 너무나 무력하다. 그 무력함과 피로감은 아마도 영영 극복되지 않을 것이다. 단지 견뎌낼 수밖에. 의사와 시인의 조심스러운 위로는 상처에 새살이 돋게 만든다. 흔적은 남을 것이나 이로써 우리는 더욱 단단해질 터다. <씨네샹떼>에서 동시대 영화를 함께 해설하는 두 필자는 우리의 삶과 정신, 취향을 더욱 풍요롭게 채운다. ‘동시대성’이라는 공통점으로 묶인 스물다섯편의 영화에 대한 해설은 철학자와 영화평론가의 같고도 다른 시선 덕에 더욱 깊고 다양해진다. 영화를 잘 아는 이도, 영화를 잘 모르는 이도 어려움 없이 파고들 만한 이야기다.

처세개론서인 <경영의 모험>과 <나는 왜 혼자가 편할까?>는 사뭇 다른 태도로 삶의 방향 결정을 돕는 책이다. 애초에 각 책의 출발선에 서는 독자들도 사뭇 다른 성향을 지녔을 것이다. <경영의 모험>에 뛰어들려는 독자는 타인을 더 깊고 상세히 탐구하고 싶어 하는 사람일 것이며 <나는 왜 혼자가 편할까?>를 고민하는 독자는 자신의 내면에 더 깊이 침잠하려는 사람일 것이다. 물론 반대의 경우더라도 역시 흥미롭게 파헤쳐볼 만한 테마다. 사는 동안 언제든 마주칠 수 있는 위기와 고민 앞에 이 책들이 전하는 해설과 지혜, 그리고 위로가 고마운 길잡이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