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유령이 법정에서 증인이 될 수 있을까 <멋진 악몽>

<멋진 악몽>의 원제는 ‘멋진 가위눌림’이다. 뭐든 ‘멋진’이란 수식어는 어불성설이다. 하지만 이 말도 안될 상황도 ‘웃음의 연금술사’로 알려진 미타니 고키의 영화에 대입하면 얘기는 달라진다. 가위눌림이라는 판타지한 설정이 화면에 생생하게 표현되고, 곧 웃음으로 치환될 수 있는 것이 바로 영화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 <모두의 집> <우쵸우텐 호텔> <매직 아워>, 연극 <웃음의 대학>을 연출한 미타니 고키만의 세계다.

<멋진 악몽>의 가정은 과연 눈에 보이지 않는 유령이 법정에서 증인으로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의 문제다. 아내의 살해범으로 몰린 남자는 사건 당일, 알리바이로 잠을 자다가 무사 유령이 나오는 가위에 눌렸다고 말한다. 무사 유령을 법정에 세우기만 하면 무죄를 입증할 수 있다고 믿는 순진한 변호사 에미(후카쓰 에리), 그리고 엄한 사람이 살인죄를 쓰는 건 원치 않는다며 동참하는 유령 로쿠베(니시다 도시유키). <멋진 악몽>은 기상천외한 둘의 협업이 법정에서 상식으로 통하기까지의 험난한 여정을 코믹 해프닝으로 풀어낸다. 미타니 고키가 연출한 연극적 상황과 법정드라마의 형식적 궁합지수는 꽤 높다. 법정드라마 특유의 통쾌한 설전은 없지만 대신 착한 웃음으로 도배된 재판과정이 훈훈한 감흥을 안겨준다. “죽은 자의 증언이 인정되면 재판 자체가 달라질 텐데”라는 영화 속 대사처럼, 유령이 출몰한 영화 속 재판은 결국 억울한 많은 이들을 위한 유쾌한 위로로 기능한다. 후카쓰 에리, 니시다 도시유키미타니 고키 사단으로 알려진 배우들의 과장되지 않은 연기, 더불어 아베 히로시, 다케우치 유코, 아사노 다다노부, 구사나기 쓰요시의 등장은 짧지만 강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