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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급 쇼비즈니스의 모범답안, 저스틴 팀버레이크 공연 실황 DVD <Futuresex/Loveshow>

저스틴 팀버레이크는 모든 아이돌 그룹 출신 솔로 가수의 꿈이자 역할 모델이다. 그래서 비즈니스 측면이라면 그는 (종종 비교되곤 하는) 마이클 잭슨이나 프린스보다는 (테이크 댓 출신의) 로비 윌리엄스의 계보에 놓이는 편이 더 어울릴 것이다. 그러나 음악적인 측면에서라면 팀버레이크가 지향하는 바는 의심할 바 없이 잭슨과 프린스다. 잭슨과 프린스는 솔·훵크의 감각과 어법에 백인 팝/록의 멜로디와 감수성을 담아냄으로써 성공을 거뒀다. 팀버레이크는 정확히 그 반대에서 출발하여 같은 곳에 이르고자 한다. 이를 위해 그는 당대의 가장 뛰어난 흑인음악 프로듀서인 넵튠스와 팀벌랜드에게 도움을 청했고, 결과는 훌륭했다. 그가 발표한 첫 번째 솔로 음반인 <Justified>(2002)는 ‘마이클 잭슨이 만들었어야 할 바로 그런 음반’이라는 호평을 받았고, 두 번째 음반 <FutureSex/LoveSounds>는 미래지향적인 클럽힙합/R&B 사운드의 모범답안을 선보였다.

지난해 8월16일에 메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공연 실황을 담은 DVD인 <Futuresex/Loveshow>는 그 두장의 음반에서 드러난 팀버레이크의 음악적 야심이 공연무대에서 어떤 식으로 변형되고 조율되는지에 대한 탁월한 답안이다. 일급 팝스타의 쇼답게 무대의 흐름은 유연하고, 특히 후반부의 화려하고 폭발적인 전개는 현장에 없던 사람에게도 짜릿하게 다가온다. 사운드와 화질 역시 특별히 문제될 것이 없다.

케이블 채널 <HBO>에서 제작한 이 영상의 또 다른 특징은 무대를 넘나드는 구성방식이다. 팀버레이크와 스탭들은 끊임없이 대화하고 장난치고 움직이며, 43개의 카메라는 무대 위뿐만 아니라 무대 뒤의 풍경도 사실적으로 담아낸다. 보너스 DVD는 일종의 ‘심화 학습’으로서 공연이 준비되고 이루어지는 과정을 치밀하게 보여준다. 그럼으로써 이 DVD는 미국식 쇼비즈니스의 영혼이라 할 만한 것을 잡아내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프로와 프로가 만나는 세계, 인공미를 자연미로 탈바꿈시키는 세계, 조작된 슬픔과 조작된 감동과 조작된 기쁨일지언정 웃고 떠들고 눈물 흘리지 않을 수 없는 세계를 만드는 것 말이다.

끝으로 구매 가이드. 만약 여러분이 같은 시기에 발매된 <FutureSex/LoveSounds>의 디럭스 에디션과 이 공연실황 DVD 사이에서 갈등하고 있다면 주저할 것 없이 3천원 더 얹어서 이 DVD를 고르길 강력하게 권한다. 디럭스 에디션에는 한곡의 신곡과 두곡의 리믹스, 뮤직비디오와 TV 공연장면 등이 추가되어 있는데, 유튜브에서도 다 보고 들을 수 있는 아이템을 위해 굳이 없는 돈을 쪼개가며 지출할 필요는 없다. 따라서 화끈한 무대와 멋진 편곡, 각종 부가영상이 수록되어 있는 이 실황 DVD의 승리다. 요즘 한창 잘나가는 테크노 듀오 저스티스가 매만진 리믹스도 디럭스 버전의 맨송맨송한 리믹스보다 낫다. 만약 여러분이 팀버레이크를 좋아한다면 이 DVD를 놓치지 말기 바란다. 좋아하지 않았다면 빌려본 다음 다시 생각해보기 바란다. 생각이 바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