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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폿 인터뷰] 오토모드로 놓고 찍으니 화면이 질서를 만들더라

시네마디지털서울 2007 영화제 트레일러 제작한 소설가 김영하

소설가 김영하가 시네마 디지털 서울 2007 영화제의 트레일러를 제작했다. 박기용 공동집행위원장은 “이번 영화제에 초청된 중국의 리홍치 감독처럼 영화를 만드는 소설가로서 김영하씨가 어울릴 것 같았다”고 밝혔다. 영화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주홍글씨> 등에 원작을 제공하고 <내 머리 속의 지우개>의 각색을 맡기도 했지만 그가 직접 카메라를 잡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6월26일 열린 시네마 디지털 서울 2007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영하 작가는 “처음 찍어왔을 때는 이런 게 트레일러가 되겠나 싶었는데, 그래도 편집을 하고 음악을 넣어보니 봐줄 만한 영상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제 조직위원은 어떻게 된 건가. =이런 팔자에 없는 일을 하게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지난 3월이었나, 정성일 공동집행위원장이 조직위원을 해보는 게 어떻겠냐고 하기에 그게 뭐냐고 했더니 별로 하는 일이 없다더라. (웃음) 그냥 분위기 잡고 있으면 된다기에, 영화는 무료로 볼 수 있냐고 했더니 그것도 해줄 수 있다고 해서 했다. (웃음)

-트레일러까지 만들어달라고 했을 때는 놀라지 않았나. =5월에 도쿄 여행을 가려고 했는데 2주 전쯤에 전화가 왔다. 조직위원회에서 결정이 났다면서 트레일러를 연출하라고. 조직이 이렇게 무서운 것이구나 싶었지. (웃음) 내가 해도 될까 싶은 의구심은 있었다. 하지만 영화제의 취지 중 하나가 영화를 본 관객이 내가 찍어도 이것보다 잘 찍을 수 있다며 카메라를 잡는 거라면서 내가 필요하다고 하더라.

-평소 사진을 많이 찍는다고 알려졌다. 그래도 디지털 캠코더는 생소했을 텐데. =이전에는 한번도 사용해본 적이 없었다. 어쩌나 싶었는데, 박기용 위원장이 그냥 오토모드로 놓고 찍으면 화면이 알아서 움직인다고 하더라. (웃음) 카메라를 가지고서 집 근처 상암경기장을 돌며 찍어봤는데, 정말 화면이 스스로 질서를 만들더라. (웃음)

-제작한 트레일러는 초청부문과 경쟁부문 2개로 나뉘어 있다. 어떻게 촬영했나. =초청부문 트레일러는 일본 중앙선을 타고 신주쿠로 들어가는 장면이다. 이것저것 촬영한 영상을 놓고 고른 건데, 굳이 말을 붙이자면 이 영화제에 감독들을 불러오는 느낌이 있었으면 했다. 경쟁부문 트레일러는 요요기 공원에서 찍었다. 섀도 복싱을 하는 사람을 보고는 정성일 위원장이 “자기와의 고독한 싸움을 상징한다”고 하더라. (웃음)

-박기용 위원장 말에 따르면 영화편집프로그램에 대해서 자세히 물어봤다던데, 또 다른 작품을 만들 계획은 없나. =있을 리가 있겠나. (웃음) 당분간 소설에 전념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