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흥행전선에 임하는 제작사들의 캐스팅 전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항간에 ‘1천개의 제작사가 400개의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라는 말이 나돌 정도로 풍부한 자본과 왕성한 기획이 충무로를 떠돌고 있지만, 문제는 이들 프로젝트의 ‘실탄’이라 할 수 있는 배우들은 한정돼 있다는 것. 특히 투자자들이 캐스팅을 안전판으로 삼으려는 경향이 갈수록 강해져 배우 확보는 제작사에 절체절명의 과제인 셈이다.
현재 가장 관심을 모으고 있는 인물은 한석규와 심은하. 프로젝트가 무산돼 곳곳에서 물밑 제의를 받고 있는 한석규는 형이자 매니저인 한선규씨가 대표로 있는 힘픽처스의 창립작품에 우선 출연할 것이 확실시 된다. 한편 한석규와 함께 새 영화에 출연할지 모른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는 심은하의 행보는 오리무중 상태. 톱스타들의 차기작을 향한 움직임도 관심을 모은다.현재 스튜디오 박스의 <복수는 나의 것>에 출연중인 송강호는 <공동경비구역 JSA>를 잇는 명필름의 기대작 과 싸이더스의 하드보일드 스릴러 <날 보러와요>에 연달아 출연할 것으로 알려졌고, 신현준은 지오엔터테인먼트와 강제규필름이 공동제작하는 해양블록버스터 <블루>에, 주진모는 싸이더스의 항공액션물 <발해>에, 장진영과 이정재는 강제규필름의 멜로영화 <오버 더 레인보우>에 각각 등장할 계획.
한편 ‘신 트로이카’로 불리는 이영애, 이미연, 전도연은 모두 마술피리의 <내 생애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가제) 등으로부터 프로포즈를 받았지만, 아직 선뜻 차기작을 결정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랫동안 활동을 하지 않고 있어 싸이더스의 <지구를 지켜라> 등 숱한 영화사에서 출연제의를 받고 있는 이병헌은 매니지먼트사를 싸이클론으로 옮기면서 자매사 강제규필름의 신작에 출연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또 정우성은 SF영화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소문. 하지만 박중훈, 장동건, 김희선, 전지현, 차태현 등의 진로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한정된 숫자의 스타를 놓고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아예 신인급 영화배우를 과감하게 기용하는 프로젝트도 늘고 있다. 명필름의 사랑이야기 <버스, 정류장>은 김민정을, 디엔딩닷컴의 스무살 연인의 이야기 <후아유>는 이나영, 조승우를, 청년필름의 ‘변칙 멜로’ <질투는 나의 힘>은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박해일을, 눈엔터테인먼트의 판타지영화 는 <친구>의 김보경을 주연으로 발탁한 상태. <재밌는 영화>를 통해 영화계에 진출하는 김정은도 비슷한 경우다. 아무튼 흥행의 마지노선을 보장하는 스타를 확보하려는 제작사와 무공훈장을 받을 수 있는 작품을 선택하려는 스타들의 심리전은 해를 넘겨서도 뜨겁게 진행될 전망이다. 문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