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은 송일곤 감독. 그를 부천에서 만난 건 뜻밖이었다. 하지만 조금 유심히 상영작들의 면면을 살펴본 이라면, 그가 왜 부천에 한 명의 ‘관객’으로 왔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송일곤 감독을 부천으로 부른 영화는 문승욱 감독의 <나비>. 문승욱 감독은 송일곤 감독이 다닌 폴란드 영화학교 선배다. 송 감독과는 “조언자이자 친구이고 함께 영화에 대해 고민하던 사이”라고. 어제 파리에서 귀국한 송 감독은 첫 장편 <꽃섬>의 후반작업을 파리와 서울을 오가며 진행 중이다.
“저는 부천영화제가 벌써 끝난 줄 알았어요. 그런데 엊그저께 승욱이 형하고 통화를 하고서, 이번에 보지 않으면 <나비>를 극장에서 볼 수 있기까지 아주 많이 기다려야 한다는 걸 알았죠.” 부천이라는 도시도, 부천영화제도 이번이 처음이라는 송일곤 감독. 처음 온 부천영화제에 대해 그는 “메이저보다 독립영화가 많이 상영돼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는 게 좋은 것같다”라고 소감을 전한다. 짧은 일정 속에 밤이 되서야 만난 송일곤 감독은 2시에 본 <나비>의 느낌에 아직 깊이 젖어 있었다. 눈물까지 흘렸다고. “아름다운 영화예요. 타협을 하지 않고 자기 것을 지켜가는 감독의 모습이 담겨 있어요. 각각의 캐릭터들에 대한 표현방식도 새롭고, 격렬하고, 아름다워요.” 송일곤 감독은 <꽃섬>의 사운드작업을 하기 위해 이날 곧 부천을 떠난다. 송일곤 감독이 “굉장히 자유롭게 찍었다”는 이 영화는 “낙엽이 떨어지면” 스크린에 떠오를 예정이다. 최수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