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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털어라,<범죄의 재구성> 촬영현장

누구에게나 궁극의 목표가 있을 거다. 영화감독에겐 칸영화제, 물리학자에겐 노벨상, 축구선수는 월드컵이 그에 해당될 것. 그럼, ‘주둥이’ 하나로 일확천금을 획득해야 하는 사기꾼들에게 궁극의 목표는 무엇이 될까. 모르긴 몰라도 한국은행이 맞지 않겠나. <범죄의 재구성>은 한국은행의 금고 안에 고이 모셔놓은 엄청난 현금을 꿀꺽 삼키려는 5인조 사기단에 관한 이야기다.

이 초대형 사기 프로젝트의 발안자는 최창혁(박신양)이고, 전반적인 계획을 작성하고 팀워크를 관리하는 리더는 사기계의 베테랑 김 선생(백윤식)이다. 여기에 얼매(이문식), 제비(박원상), 휘발류(김상호)가 팀원으로 참여하며, 팜므파탈 기질이 농후한 김 선생의 정부 인경(염정아)도 ‘옵서버’로 가담한다.

서울종합촬영소에 차려진 <범죄의 재구성> 세트장에서도 이들이 풍기는 ‘사기의 냄새’가 솔솔 풍겨왔다. 이날 촬영한 장면은 김 선생의 차고 안에서 이들 5인조가 처음으로 모이는 모습이었다. 서로가 서로를 견제하는 가운데, 5인조는 팀워크를 맞추는 것 같았다. 분장 탓에 모두 ‘작업’ 중인 사기꾼 같았지만, 그중에도 <파랑새는 없다> 등에서 사기꾼 이미지를 쌓았던 백윤식의 모습은 으뜸이었다. 영화아카데미 15기 출신으로 임상수 감독의 <눈물> 연출부를 거친 최동훈 감독의 데뷔작인 <범죄의 재구성>은 내년 1월 중순까지 촬영을 마치고 4월 말 개봉할 예정이다. 사진·글 정진환

♣ “박신양 선배, 이렇게….” 최동훈 감독은 연기자들에게 예의 바른 태도를 보였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만큼은 단호하게 주장했다.(왼쪽사진)♣ “어디 보자~.” 평소에도 음악에 관심이 많은 박신양은 틈만 나면 소품으로 준비된 LP를 들춰보곤 했다.(오른쪽 사진)

♣ “X새끼, 형님한테도 인사를 해야지.” “나이가 내가 두살 많은디?” 얼매와 제비 사이에 긴장이 감돈다. 사기계에도 서열이 있겠지만, 김 선생을 제외한 4명은 서로를 견제하며 의심하는 모습이었다.(왼쪽 사진)♣ 사기계의 전설적인 인물 김 선생을 연기하는 백윤식은 캐릭터와 절묘한 궁합을 이루고 있었다. 감독의 “슛” 사인만 나면, 그는 평상시의 근엄한 모습을 숨겨둔 채 능청맞은 사기계의 원로로 변신했다.(오른쪽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