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반 형사들이 다시 모였다. 경마장 촬영 허가를 얻지 못해 한달보름 가까이 촬영을 중단했던 <와일드 카드>가 지난 4월8일 상봉터미널 앞 주차장에서 마지막 촬영을 진행했다. 오랜만에 만난 탓인지 촬영장은 다른 날보다 조용했지만, 촬영 장면은 그동안 삭여온 형사들 사이의 갈등이 폭발하는 격렬한 주먹질이 오가는 대목. 성질 팔팔한 젊은 형사 방제수(양동근)가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일신의 안위를 먼저 도모하는 선배 장칠순(김명국)에게 주먹을 휘두르자, 장 형사의 상처를 알고 있는 또 다른 선배 오영달(정진영)이 방 형사의 뺨을 때린다. 김유진 감독은 “액션이 섞이긴 하지만 <와일드 카드>는 액션영화가 아니다. 액션과 사랑, 사람 사는 이야기가 담긴 잡다한 영화”라는 말로 오고가는 주먹 속에 녹아 있는 형사들의 끈끈한 인정을 강조했다.
<약속>의 김유진 감독과 이만희 작가가 다시 호흡을 맞춘 <와일드 카드>는 퍽치기 일당을 뒤쫓는 강력반 형사들의 생활을 담는 영화다. 직접 강력반 형사들을 인터뷰해 시나리오를 쓴 이 영화는 사소한 이유로도 사람을 죽이는 퍽치기 일당의 범죄를 한축으로, 단서도 남기지 않는 이들을 무작정 찾아나서는 강력반 형사들의 막막한 여정과 소박한 일상을 다른 한축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험한 세상과 부딪치는 형사들에게 더 비중을 두겠다는 것이 감독의 의지. 정진영과 양동근이 형제 같은 선후배 형사로 출연하고 한채영, 이동규, 김명국 등이 조연으로 등장해 관계를 엮어간다. 쉬는 동안 후반작업을 90% 가까이 진행한 <와일드 카드>는 5월16일 개봉할 예정이다. 사진·글 정진환 jungjh@hani.co.kr
♣ 마치 이웃집 맘좋은 아저씨를 연상시키는 김유진 감독이 배우들에게 연기 주문을 하고 있다. “베테랑 감독이 현장을 아름답게 꾸려가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것이 연기자, 스탭들의 한목소리. ♣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에서 양동근을 괴롭히는 형사 역으로 출연했던 김명국. <와일드카드>에선 양동근한테 멋지게 한방 얻어맞는 형사 장칠순 역이다.
♣ 경마장 섭외 실패로 한달여간 촬영을 연기했던 제작진이 차선책으로 선택한 상봉터미널 주차장. 그래서인지 이날은 마지막 촬영임에도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시나리오 살점이 떨어져나간 기분이다. 마무리하면서도 후련함이 없다”며 경마장에서의 촬영이 무산된 것을 몹시 안타까워한 김유진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