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립 ·단편영화 <호모 파베르>

거듭 말하지만 단편영화의 힘은 대체로 반복, 점층, 반전 등으로부터 나온다. 하지만 말은 쉬워도, 대부분의 단편 감독들에게 이것이 쉬운 일은 아닌 모양이다. 감독이 제시할 ‘짧은 정보’를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 그것이 관건인 것이다. <호모 파베르>(윤은경·김은희 연출/ 16mm/ 컬러/ 15분/ 2001년)는 그 ‘짧은 정보’를 두고 관객과 벌이는 게임에서 승리한 작품이다. 충식은 정해진 시간이면 부리나케 집으로 돌아와서는 신발을 가지런히 놓는다. 독수리 눈을 한 아버지는 밥상머리에서 ‘숟가락은 왼쪽, 젓가락은 오른쪽’을 외치고, 밥에 든 돌을 씹자 어머니에게 가혹한 징벌을 내린다. 그래서 엄마는 집을 나가지만, “나갔으니까 들어와야죠” 하면서 기어들어온다. 리듬감 있는 편집과 특색있는 앵글 그리고 판타스틱한 조명 등 코믹하고 장난기 가득하지만 여러모로 심상찮고 만만찮은 작품이다. 하지만 무엇인가를 암시하는 반전은 보는 사람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이야기는 ‘살부의식’으로 가득 차 있지만 코믹한 묘사와 암시로만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유쾌함과 섬뜩함의 공존 또 다른 작품인 <어깨동무>(김정훈 연출/ 16mm/ 컬러/ 17분/ 2001년)는 누나에게 짓눌리고 도서대여점에서도 구박받는 키작은 고등학생의 비애를 그린 작품이다. 이효인/ 영화평론가 yhi60@yaho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