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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book] 소유하기, 소유되기

율라 비스 지음 김명남 옮김 열린책들 펴냄

“특권을 갖지 않은 사람만큼 특권을 잘 이해하는 사람은 없다.” <소유하기, 소유되기>에 나오는 이 문장을 생각하면 율라 비스는 특권에 대해 쓰기 적합한 사람은 아니다. 백인, 교육받은 중산층 이성애자 여성. 그가 소유에 대해 썼다. 학교부터 장례식장까지 관계와 문화로 이야기되던 모든 분야에서 소비자 정체성이 압도하는 시대에, 율라 비스는 삶 전반에서 소유와 관련된 감정의 역동을 이야기한다. 집을 산 뒤 그 집을 채울 가구를 사려는 참에 돋아난 생각들을 이야기하는 ‘멋지지 않아?’에서 시작해 짧은 사유들을 이어간다. 이 책에서 언급하는 엘리자베스 친의 책 <물건과 함께한 내 인생: 소비 자 일기>에는 막 유산을 겪고 하혈하는 몸으로 매장에 가서 그간 사고 싶었던 의자를 두개 구입하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친은 가난한 흑인 아동들을 연구했던 인류학자이며 교수인데 가계소득이 9만달러가 넘으며 이 액수는 세계 최고로 부유한 나라에서 상위 20%에 해당한다. 자신이 누리는 것이 충분하다는 건 알지만 일을 하면서 집 청소도 하기가 힘에 부치고, 그렇다고 청소를 위해 사람을 고용하기는 싫다. “그녀는 더 원하면서도 덜 원한다.” 정말 원하는 것은 일을 덜 하는 것, 동시에 더 멋진 물건을 갖는 것. 친의 책 속 문장을, 율라 비스는 인용하지 않을 수 없다. “마르크스가 자본주의에서 간과한 중요한 사실 중 하나는 자본주의가 사람들로 하여금 다른 사람 대신 물건과 관계 맺도록 적극 장려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가진 물건들만 살펴봐도 그 물건을 생산하는 데 필요했던 강제 노동의 양은 어마어마해진다. 우리는 점점 더 우리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과 거리를 자연스럽게 벌릴 수 있게 되었다.

<소유하기, 소유되기>는 재미있는 책이다. 내용의 재미 면에서도 그렇지만, 저자 자신이 비판받을 거의 모든 지점에서 글을 쓰기 때문이다. 에밀리 디킨슨의 고독이나 평생에 걸친 신체적 고통에 대해 말하기는 쉽지만 그 모든 것들에도 불구하고 시를 끊임없이 써내려간 데에는 “식료품 저장실에서 우유에 뜬 지방을 걷어내거나 부엌에서 빵을 반죽하는 일에” 시간을 쓰지 않아도 되는, 그런 일을 하는 하녀들, 하인들을 둘 수 있었던 특권 덕이었음을 꼼꼼하게 짚어간다. 책을 읽는 사람이 본인의 삶에서 찜찜함을 제대로 느끼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