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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믿을 수 없을 만큼 짜릿하면서도 소름 끼치는 - <브라이드!> 감독, 각본가 매기 질런홀

예술가들은 일상에서 번개처럼 떠오른 영감을 붙잡는 걸까. 배우이자 영화감독, 시나리오작가인 매기 질런홀은 한 파티에서 우연히 마주친 영화 이미지에 사로잡혀 두 번째 연출작 <브라이드!>를 탄생시켰다. 메리 셸리의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원형으로 삼지만 우리가 익히 아는 이야기와는 결이 다른 세계다. 익숙한 서사에 자신만의 시선으로 균열을 내고 새로운 틈을 만들어낸 매기 질런홀 감독과 화상으로 만났다.

배우 제시 버클리, 크리스천 베일, 그리고 매기 질런홀 감독(왼쪽부터). 사진제공 워너브러더스코리아

- <브라이드!>의 출발점이 궁금하다. 메리 셸리의 소설 <프랑켄슈타인>(1818), 영화 <프랑켄슈타인의 신부>(1935) 중 어느 쪽에 처음 매료됐나.

한 파티에서 어떤 남성이 팔에 커다랗게 <프랑켄슈타인의 신부>를 문신으로 새긴 것을 보았다. 처음엔 ‘저게 뭘까, 누굴까’ 궁금했다. 이후 그 이미지가 제임스 웨일의 영화 속 이미지란 걸 알았고, 그 영화를 보지 않았다는 걸 깨닫고 바로 감상했다. <프랑켄슈타인의 신부>에서 브라이드는 마지막 순간 2분 정도만 등장한다. 말은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로. 그 모습이 참 흥미로웠다. 마침 원작 소설을 읽지 않은 터라 책도 읽기 시작했다. 소설 <프랑켄슈타인>에서도, 제임스 웨일의 영화 속에서도 크리처는 괴물 같고 폭력적이며 분노로 가득 찼지만, 동시에 엄청나게 똑똑하고 취약하며 외로운 존재로 그려진다. 책 속에서 그는 말할 수 있게 된 그 순간부터 자신을 탄생시킨 프랑켄슈타인 박사에게 짝을 만들어 달라고 간청한다. “너무 외로워서 이렇게는 살 수 없어요. 제발 짝을 만들어주세요”라고. 제임스 웨일의 영화에서도 마찬가지다. 우리 모두 그의 외로움에 공감할 수 있었지만, 내 마음속에 외면하기 어려운 질문이 불쑥 떠올랐다. ‘그럼 허락도 없이 땅에서 파내어져 누군가의 짝으로 만들어진 그 사람은?’, ‘자신의 욕구와 취약함, 지성을 가진 브라이드가 자신을 되살린 크리처가 요구하는 틀에 맞는 존재가 아니라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 질문들을 따라가면 극적인 이야기가 탄생할 거라고 직감했다.

- 이 작품에서 배우 제시 버클리는 1인3역을 소화한다. 살해당한 젊은 여성 ‘이다’, 죽음 이후 깨어난 ‘브라이드’, 그리고 작가인 ‘메리 셸리’. 물론 메리 셸리가 젊은 나이에 소설을 펴냈기에 캐릭터들의 나이대가 꽤 잘 맞지만, 이 모든 캐릭터를 같은 배우가 연기하도록 하려면 연출자로서 큰 용기가 필요했으리라 짐작된다. 작가이자 감독으로서 어떤 확신을 가지고 이같은 결단을 내렸나.

애초에 그렇게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다. (웃음) 좀 이례적이긴 하지만 이 영화엔 특이한 점이 많다. 제시 버클리와 나는 그저 우리 자신을 믿기로 했다.

- <다크 나이트>에서 함께 연기한 크리스천 베일을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두 번째 연출작 <브라이드!>에서 프랭키 역으로 마주했다. 촬영 현장에서 감독과 배우로 만났을 때 어떤 감정을 느꼈나.

솔직히 말해서 <다크 나이트> 당시 우리는 그다지 친하지 않았다. (웃음) 서로를 잘 알지 못했던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브라이드!> 현장에서 그와 재회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완전히 새로운 사람을 만난 것이기도 하다. 이 작업을 통해 우리는 서로를 정말 깊이 알게 됐다.

- <브라이드!>의 배경을 1930년대로 삼은 이유는 무엇인가. 대공항을 맞은 그 시기가 지금과 겹쳐 보여서일까.

물론 1930년대는 우리가 살고 있는 오늘날의 세계와 유사한 지점들이 있다. 그러나 내가 그 시대를 택한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프랭키는 브라이드를 만나기 전까지 너무 외로웠고, 그가 처음으로 맺은 인간관계는 현실 속 만남이 아니라 영화 캐릭터들과 상상으로 맺은 관계일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영화를 통해 만난 인물들은 언제나 상상을 기반으로 한다. 관객은 영화 속 캐릭터와의 관계를 상상할 수 있지만, 그들은 관객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전혀 알지 못한다. 1930년대 영화들이 늘 판타지와 아름다움을 다루고 있는 반면, 프랭키는 괴물적이고 외로운 존재다. 그래서 프랭키가 1930년대 영화에 등장하는 인간 캐릭터와 상상적인 우정을 나눈다면 흥미로운 그림이 되리라 직감했다. 물론 이 영화는 1930년대를 그대로 옮긴 영화가 아니고, 1930년대라고 상상되는 모습을 그린다. 그리고 1980년대 초기 뉴욕의 다운타운, 현대적인 아름다움까지도 담았다.

- <브라이드!>에는 춤과 음악이 가미된 신이 있다. 이 작품은 뮤지컬영화가 아니지만 춤과 음악 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계기는 무엇인가.

영화를 보면 바로 느낄 수 있을 텐데, 정말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웃음) 나는 연출자로서 영화음악이야말로 표현력이 풍부한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영화에는 놀랍고도 굉장한 음악들이 포함돼 있다. 힐뒤르 그뷔드나도티르(영화 <조커>, <체르노빌> 시리즈의 음악을 책임진 아이슬란드 태생 음악감독. <조커>로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음악상을 받아 최초로 이 상을 받은 여성 음악감독이란 타이틀도 얻었다.-편집자)의 스코어는 물론이고, 당시에 작곡된 오래된 음악들도 들려온다. 음악은 내 필모그래피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영화적 요소이다.

- 1910년에 만들어진 에디슨 스튜디오의 <프랑켄슈타인>은 현실과 똑같은 이미지, 즉 영화를 보는 것의 공포를 다뤘다면 제임스 웨일의 <프랑켄슈타인의 신부>는 토키 시절에 만들어져 영화의 녹음 기술을 떠올리게 했다. 이처럼 프랑켄슈타인을 다룬 영화는 영화 매체의 속성과 시대적 불안감과 긴밀히 연결된다. 2026년 공개되는 <브라이드!>에서 어떤 공포를 표현하려 했나.

믿을 수 없을 만큼 짜릿하면서도 소름 끼치는 감정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리고 <브라이드!>는 한 존재가 진정으로 되살아나는 이야기이다. 멈췄던 존재가 다시 살아 움직이는 이야기.

- 베니스국제영화제 각본상을 받은 첫 연출작 <로스트 도터>는 엘레나 페란테의 소설을, 이번 <브라이드!>는 메리 셸리 작가의 고딕호러 소설을 뿌리로 한다. 이 소설들에서 얻은 교훈이 있다면 무엇인가.

두 영화를 통해 나는 솔직해질 수 있는 용기를 얻었고, 나의 경험도 자신 있게 드러낼 수 있게 되었다. 그 모습이 사람들이 원하는 모습과 일치하지 않더라도 말이다. 솔직함이야말로 흥미로운 예술을 만드는 요소란 걸 느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