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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빈의 클로징] 조란 맘다니의 무료 버스 공약

조란 맘다니는 다가오는 뉴욕시장 선거를 앞두고 33살에 민주당의 후보로 지명된 자칭 ‘사회주의자’이다. 뚜껑을 열어보아야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당선이 가장 유력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에 대해 전세계의 관심이 쏟아지고 있지만, 내가 가장 주목해서 보고 있는 것은 그의 무료 버스 공약이다. 뉴욕시의 교통체증은 악명이 높고, 버스요금은 계속 인상되어 왔으며, 이것이 다시 자가용의 증가를 부추겨 교통체증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는 오래된 일이다. 이러한 대중교통의 미비함이 땀 흘려 일하며 도시를 지탱해주는 서민층에게 부담을 증가시키고 도시의 활력을 떨어뜨린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조란 맘다니 후보는 이에 버스 전용 노선의 확충뿐만 아니라 무료 버스의 실현을 공약으로 내걸고 나섰으며, 이는 많은 이들에게 뜨거운 호응을 얻고 있다. 기후 및 환경 악화의 문제와 맞물려서 대중교통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오래전부터 높았다. 우리나라에서도 버스전용차선을 확충하기 위한 노력은 꽤 오래전부터 시작되었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다. 여러 인프라가 밀집된 서울시의 ‘중심지’에 사는 이들은 이러한 불편을 크게 느끼지 못할 수 있지만 약간 벗어나 경기도로만 나가도 여러 문제를 몸으로 느낄 수 있다. 노선의 정비와 확충이 부족하여 목적지로 가려면 여러 번 갈아타야 하며, 버스도 많지 않아 한번 놓치면 오래 기다려야 한다. 환승이 된다고 해도 교통비용이 만만치 않다. 게다가 마을버스도 자주 오지 않는 ‘교통 오지’로 가게 되면 상황이 더욱 나빠진다. 이런 상황들이 겹치다보면 결국 자가용은 필수품이 되고 그것도 각 가정에 2대 이상으로 불어나기까지 한다. 수도권 바깥으로 나가면 여기에 여러 다른 문제들까지 겹치게 되고, 사람들은 자동차를 필수품으로 삼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조란 맘다니의 무료 버스 공약은 전통적인 복지정책에 포함되는 의제는 아니지만, 21세기 산업사회가 지향해야 할 사회 정책 의제 확장의 방향을 올바르게 보여주고 있다. 사람들의 활동성을 끌어올려 더 활발하게 사회의 일원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하고 이를 통해 사회의 역동성을 강화한다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복지정책은 삶을 불안에서 지켜주는 소중한 역할을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사람을 ‘능동적’으로 만들어주기 힘들다. 21세기 산업사회는 사회 전체의 역동성을 필요로 하며, 이는 모든 사회 성원 개개인이 활력 있는 삶을 살 때에야 비로소 가능한 일이다. 이동권의 확장이 필요한 것은 장애인들만이 아니다. 환경과 사회에 대한 악영향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언제 어디서나 더 많은 대중교통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는 모든 이들에게 보장되어야만 하는 일이다. 이재명 정부는 ‘기본 사회’의 구상을 내걸고 있으며, 그 안에 포함된 여러 의제 중에서도 특히 ‘기본 교통’이 눈길을 끈다. 조란 맘다니 후보의 공약에서 보이듯, 삶의 불안 제거뿐만 아니라 더 많은 자유와 기회를 모든 이들에게 보장하자는 전세계적인 사회정책의 방향과 궤를 같이한다는 느낌이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 6월에 출범했으며 뉴욕시장 선거는 11월4일로 다가오고 있다. 20세기 이후 100년 넘게 지속된 인류 문명의 ‘자동차화’(motorization)가 2020년대 후반부터 전세계적으로 퇴조하게 되는 즐거운 상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