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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When they go low, We (have to) go high.(미셸 오바마), <망국전쟁: 뉴라이트의 시작>

2024년 12월3일, 윤석열의 불법 계엄 선포 이후 대한민국의 시계는 멈춰 섰다. 격동의 현대사를 견뎌온 한국인에게 역사를 거스르는 권력의 폭주는 결코 낯선 광경이 아니다. 단죄받지 못한 친일과 독재의 잔재 위에서 이승만과 윤석열은 절묘한 데칼코마니를 이룬다. <망국전쟁: 뉴라이트의 시작>은 제목이 암시하듯 김덕영 감독의 문제작 <건국전쟁>의 거울상을 자처한다. 백악관 만찬에서 한가롭게 노래를 부르는 윤석열의 모습과 계엄군이 국회에 진입하는 긴박한 순간을 교차한 오프닝 시퀀스는 영화가 지닌 서늘한 유머 감각을 단박에 드러낸다. 그러나 아쉬운 지점도 분명하다. 자막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정보 전달 방식은 영화적 리듬을 해친다. 또한 AI 기술을 활용하여 현대사의 괴물들을 조롱하는 데 그치는 이미지 전략이 과연 광장의 뜨거운 열망을 온전히 계승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영화평론가 전찬일이 제작 총괄과 내레이션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