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도 만나지 못한 사람을 평생에 걸쳐 사랑할 수 있을까. 헬레네 크뢸러 뮐러는 누구보다 먼저 반 고흐의 재능을 알아본 인물이다. 고흐의 죽음 이후 30년에 걸쳐 작품을 수집한 그녀는 1938년 마침내 그를 기리기 위한 미술관을 설립한다. 그녀가 이토록 고흐의 예술 세계에 감응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작품에 깃든 삶에 대한 진정성 때문이었다. 두 사람은 모두 사회로부터 멸시받는 약자들에게서 신의 현존을 느꼈고, 그들을 통해 무한한 세계로 도약하고자 했다. 영화 <반 고흐. 밀밭과 구름 낀 하늘>은 네덜란드 크뢸러 뮐러 미술관의 역사를 따라가며 예술가와 관객의 삶이 공명하는 순간들을 포착한다. 비주얼이펙츠 없이 붓 터치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훑는 정공법은 고흐의 시선을 재현하는 연출 못지않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이 숭고한 평행 이론은 헬레네가 끝내 자신의 컬렉션이 인정받는 모습을 보지 못한 채 눈을 감으며 완성된다.
[리뷰] 우리가 계속해서 고흐를 돌아보는 이유, <반 고흐. 밀밭과 구름 낀 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