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 밸리>는 부모의 ‘무조건적인’ 사랑의 민낯을 보여주는 범죄스릴러물이다. 딸 클레어(시드니 스위니)는 마약중독으로 더이상 손쓰기 어려울 정도로 망가진 삶을 살아간다. 세상과 단절된 채 농장을 꾸려가는 케이트(줄리앤 무어)는 그런 딸이라도 놓을 수가 없다. 마약상 재키(도널 글리슨)는 자식을 향한 케이트의 절박함을 이용할 계획을 세운다.
- 케이트가 준 상처가 현재 클레어의 상태에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나.
두 사람은 가족간의 트라우마를 겪었고, 케이트는 자신에게 책임이 있다고 느낀다.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져서 남편과 이혼했으니까. 그러나 그게 클레어가 마약에 중독된 직접적인 원인인지는 모르겠다. 중독은 질병이고 유전적, 환경적 요인도 복합적으로 작용하니까. 한 가지 확실한 건 케이트는 모든 부모가 그렇듯이 딸의 안녕에 책임감을 느낀다. 그래서 딸의 삶이 괜찮아지도록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고 싶어 한다.
- 케이트는 계속해서 클레어가 원하는 것을 해준다. 끝의 끝까지. 하지만 그것이 클레어를 지금까지 망쳐온 것 아닌가.
영화는 명확하게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설명하기보다는 각 인물의 결점, 상황, 경험, 그리고 사랑을 보여주고, “내가 그 상황이라면 어떻게 했을까?”라는 질문을 관객에게 남긴다.
- 시드니 스위니와 격렬한 장면들이 많다.
나는 성인 딸을 둔 엄마이고 시드니는 엄마가 있는 성인 딸이다. 우리 둘 다 어머니와 딸의 유대감이 지닌 강렬함과 복잡성을 잘 이해하고 있다. 엄마와 딸은 서로 많은 것을 견뎌야 하는 관계이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어디까지 이 관계를 밀어붙일 수 있을지 이야기했다.
- 영화가 시작할 때 케이트는 우울하고, 약하고, 의존적인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런데 마지막에 그녀는 스스로 일어선다.
초반부에 그녀는 분명 슬픔, 경제적인 압박, 딸의 약물중독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그러나 영화를 통해 우리는 케이트가 똑똑하고, 끈질기고, 강한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다. 우리는 누군가를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을 때가 더 많고, 케이트는 이를 잘 보여준다.
- 자식을 보호하기 위해 한 유난스러운 일이나 대본에서 유난히 와닿았던 부분이 있나.
나에게도 23살, 27살의 성인 아이들이 있는데, 과보호에 대해 물어보면 아마 ‘선크림’과 관련된 이야기를 할 것 같다. 지나치게 선크림을 바르게 하는 것에 집착해서 지금까지도 우리 애들은 선크림 없이는 절대 집 밖을 나서지 않는다. 이처럼 내 인생은 스릴러로 흘러오지는 않았다. 그래서 대본처럼 극적인 경험을 한 적은 없지만 자식의 행복과 안전을 바라는 마음의 깊이는 나도 안다. 특히 아이들이 성장해서 세상에 나가게 됐을 때, “내가 무엇을 어떻게 도와줄 수 있지?” 부모라면 누구나 하게 되는 고민들에 공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