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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수경의 TVIEW] 우리영화

영화의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 드라마는 시작된다. 엔딩을 향해 쉴 새 없이 달려간 인생을 위로하듯. 엔딩이라고 생각한 그 순간부터 비로소 시작되는 어떤 인생처럼. <우리영화> (SBS)는 인생의 끝과 또 다른 시작에 관한 이야기다. ‘다음’을 기약하기 어려운 시한부 삶을 사는 배우 지망생 이다음(전여빈). 다음은 자신이 살아보지 못한 인생을 대신 살 수 있는 직업인 배우를 동경한다. 그리고 ‘시한부 이다음’이 아닌 ‘배우 이다음’에 도전한다. 영화감독 이제 하(남궁민)는 첫 작품 이후 다음 작품을 내지 못하고 있다. 그는 영화계를 배회하다가 자신이 증오하는 아버지의 영화 <하얀 사랑>을 리메이크하기로 결심한다. 다음과 제하는 함께 영화를 만들게 된다. 이 드라마는 영화를 향한 찬사이기도 하다. 다음에게 영화는 “항암이고 방사선 치료”다. ‘신파’로 취급되는 이야기를 보며 “사랑에 빠지고 사랑을 나누는” 모습에서 견딜 만한 힘을 얻는다고 한다. “그렇게 대단한 사랑이 정말로 존재한다면 나도 해보고 싶다. 그러려면 살아야겠다”라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영화>는 인생을 향한 찬사이기도 하다. 다음에게는 영화뿐 아니라 삶의 모든 순간이 “명 장면”이자 “당신들이 흘려보내는 이 순간이 나에게는 로망이고 판타지”다. 드라마는 그런 다음의 시선으로 우리 인생을 보게 한다. 우리가 무심하게 흘려보내는 일상도 누군가에게는 “로망이고 판타지”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우리의 인생에 ‘엔딩크레딧’이 올라갈 날이 올 것이다. 그러므로 이 드라마는 그 누구의 이야기도 아닌, 바로 ‘우리 이야기’다.

check point

‘새드엔딩’일 게 확실하고 시종일관 잔잔한 이 드라마는 스펙터클한 화면과 도파민을 자극하는 내용을 선호하는 요즘 시대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내용보다는 베드신으로 승부 보는 영화를 찍는 ‘박 감독’과 구닥다리 신파라 평가되는 멜로영화를 만드는 제하의 대비가 <우리영화> 가 처한 현실을 대변한다. 그래서 이 드라마를 더 응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