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 사표 내고 코인과 선물에 투자했다가 ‘폭망’한 무진(정경호)은 독하게 공부해 노무사 자격증을 딴다. “노무진 노무사 사무소”를 개업하지만 ‘일감’이 저절로 찾아올 리 없다. 결국 처제 나희주(설인아)와 기자 출신 크리에이터 고견우(차학연)와 함께 노동법과 산업안전 보건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는 현장을 찾아다니며 협찬받는 일을 하게 된다. 그러던 중 철근에 깔려 죽을 위기에 처한 무진 앞에 보살(탕준상) 이 나타난다. 죽은 노동자의 억울함을 풀어 성불하게 해준다고 약속하면 살려준다는 보살의 제안을 받아들인 무진은 “세계 최초, 유일의 귀신 보는 노무사”가 된다. 사망한 노동자가 ‘원 혼’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살았을 때의 노동 현실은 척박하고 죽어서도 정의롭게 해결되지 않기 때문이다. MBC 드라마 <노무사 노무진> 은 코믹 판타지 형식을 취했지만 사고, 과로, 괴롭힘, 스트레스로 사망하는 노동자에 관한 소식이 끊기지 않고, 같은 현장에서 사고가 반복되어도 해결되지 않는 사회의 단면을 ‘리얼’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이 드라마를 둘러싼 아이러니가 있다. 연출자인 임순례 감독은 자신이 이사로 있던 동물보호 시민단체(카라)에서 노조 탄압, 동물 학대 방조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이다. 현실에서 노조 탄압 의혹을 가진 당사자가 노동문제를 다룬 드라마 연출을 한 것은 드라마 취지를 퇴색시키는 기만적인 선택이다. “일하는 사람들을 위해 힘을 쓰는 선비” 무진이 밝힌 노무사의 역할이다. 드라마의 역할은 무엇 이어야 할까? 연출자 논란에도 불구하고 노동 현실을 대중에게 알린다면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으로만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억울한 노동자는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다.
check point
“지금 이 세상에는 말이야. 그냥 열심히 노동자로 살았을 뿐인데 억울하게 죽어서 아직도 여기를 떠도는 원혼들이 차고 넘치거든? 근데 내가 너무 바빠서 전부 살펴볼 수가 없네.” 무진 앞에 등장한 천사 전태일 열사의 한탄이다. 아, 전태일 열사는 죽어서도 노동자를 위해 일하느라 쉴 수가 없구나. 그의 드라마 세계 등장이 반가우면서도 슬픈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