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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원 편집장의 오프닝] 새날이 왔습니다. 개편을 하였습니다

<씨네21>은 1년에 한번 개편을 한다. 시기는 보통 창간기념일에 맞춘 4월을 목표로 하는데, <씨네21>을 오래 구독한 독자들도 매년 개편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한해도 거르지 않고 개편을 하는 건 가장 효과적인 중간 점검과 평가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1년, 12달, 50권 정도의 잡지를 만들다보면 어떤 식으로든 익숙해지기 마련이다. 지겨워진다고 해도 좋겠다. 지겹다는 건 읽는 쪽뿐 아니라 만드는 쪽에도 해당한다. 사실 후자를 위한 것이 더 클지도 모르겠다. 익숙해진다는 건 편해진다는 거고, 하던 대로 하면 몸은 편해도 보이지 않는 곳부터 녹이 슬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개편은 망망대해에서 배를 점검하고 나사를 조이는 작업이다. 지난 1년에 대한 중간 점검을 통해 첫걸음의 의도와 달리 어디까지 떠밀려왔는지 위치를 확인해야 한다. 그런 후에야 떠밀려온 만큼 새로운 좌표를 설정하고 다시금 노를 젓기 위한 의지를 다질 수 있다.

편집장을 맡은 후 두 번째 개편을 맞았다. 본래 지난 4월에 해야 했지만 30주년 준비 등으로 준비가 부족해 차일피일 미루다 이제야 겨우 시도한다. 솔직히 아직 완전히 준비를 마친 건 아니지만 더 미룰 수 없었다. 한번의 개편으로 끝내지 않고 미흡한 부분은 중간에라도 하나씩 바꿔나갈 것이다. 그렇게 개편 일을 정하고 보니 공교롭게도 21대 대선 결과가 나온 주와 겹쳤다. 우연의 일치에 불과하지만 ‘새로 시작한다’는 의미를 새삼 되새길 수밖에 없다.

개편을 맞아 새로운 필자들이 합류했다. 우선 김신록 배우가 ‘정화의 순간들’이라는 코너를 통해 다양한 예술가와 작품들을 만나고 탐구한 시간을 전할 것이다. 칼럼니스트 복길과 뮤지션 김사월이 든든히 버텨주는 에세이 지면에는 박 로드리고 세희 촬영감독과 오찬호 사회학자가 합류했다. 비평 지면 프런트 라인은 ‘front line: THE PASSEUR’라는 명칭으로 새롭게 거듭났다. 김소희, 오진우, 김예솔비 평론가와 조현나 기자가 가능성의 망망대해 위에서 각자의 좌표를 주고받는 항해자가 되어줄 것이다. 김소미 기자의 ‘편애의 말들’과 짝을 맞춰 이자연 기자가 새롭게 시작하는 미디어 비평 칼럼 ‘해상도를 높이면’도 기대해주시길.

마지막으로 ‘시네마 오디세이’는 이름 그대로 무모한 항해를 떠난다. 이도훈, 김병규 평론가와 이우빈 기자가 편집위원으로 키를 잡고 매회 다양한 필자들이 ‘21세기 영화란 무엇인가’라는 거창하고 무모한 질문을 2주에 한번씩 1년간 던질 계획이다. 1년짜리 초장기 기획의 첫 포문은 정성일 평론가가 연다. 영화잡지가 화석이 되어가는 시대, 초심으로 돌아가 ‘왜 영화잡지, 그것도 주간지를 만드는가’라는 질문을 되새긴다. 답을 찾기엔 너무 거대하고 너른 질문이다. 그래서, ‘왜’를 찾아 헤맬 시간에 차라리 ‘어떻게’에 집중하기로 했다. 의미를 찾기 어려울 땐 의미를 새로 부여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지금 <씨네21>에는 생각보다는 행동이 필요하다는 믿음으로 실패할지언정 저지르겠다. ‘그날이 오면’이라고 상상할 시간에 ‘새날이 오도록’ 길을 닦아두겠다. 때때로 길을 헤맬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시도를 멈추지 않으려 하니 많은 질책과 응원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