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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공존을 소원하는 의지, <쇠둘레땅: 두루미마을의 탄생> 임소연, 유담운 감독

민간인출입통제선 너머 여전히 전쟁의 흔적이 남아 있는 철원군 양지리에 겨울철새인 두루미를 지키는 사람들이 있다. 두루미 봉사대 회장 백종한씨를 중심으로 모인 회원들은 오랜 기간 그 척박한 땅에 자신들의 터전을 가꿔온 동시에 매년 마을을 찾는 철새들의 보금자리를 마련해왔다. 이들이 아무도 시키지 않은 일에 일생을 바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꾸준히 비무장지대(DMZ) 접경지역을 드나들며 그곳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해온 임소연 감독이 그 답을 찾고자 쇠둘레땅(철원)으로 향한다. <쇠둘레땅: 두루미마을의 탄생> 이 특별한 것은 그 과정이 애니메이터 유담운 감독에 의해 애니메이션화된 비주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임소연, 유담운(왼쪽부터).

- 다큐멘터리와 애니메이션의 결합이 신선하다.

임소연 취재 중 주민들의 두루미 목격담을 듣다가 떠올린 아이디어다. 믿기 어려운 무용담을 얘기하는데 그걸 실사로만 담는 게 아쉽더라. 다큐멘터리와 애니메이션이 결합한 영화를 찾아보다가 그 독특한 형식에 매료되었다.

유담운 이 정도 규모의 작품에 감독으로 참여한 것은 처음이라 나에게도 의미가 있다. 작화적으론 영화의 주요 등장인물인 봉사대 회원들에게 느꼈던 거친 모습을 최대한 살리려고 노력했다. 철원에서 군 복무를 하면서 느꼈던 그 지역의 인상이나 백종한 회장님과 악수를 했을 때 그의 나무껍질처럼 거친 손이 강렬하게 다가왔다.

- 철새보호구역을 지키려는 사람들과 그걸 막으려는 사람 혹은 세상간의 갈등이 영화의 주된 이야기로 보인다.

임소연 오래된 갈등이다. 철새를 보호하는 것이 정말 좋은 일인 것은 맞지만, 안 그래도 척박한 땅이 그로 인해 개발까지 제한된다면 어떤 주민의 입장에서는 막막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모든 희생을 감수하는 백종한 회장님이 더욱 대단해 보였다. 마을을 일굴 때부터 동고동락한 이웃들로부터 온갖 수모를 당해도 지금까지 계속 버티고 계신다.

유담운 나 또한 작품을 하며 무작정 한쪽 편을 들기 어려운 문제로 느껴졌다. 처음엔 두루미를 잘 살게 해주는 게 무조건 좋은 게 아닐까 했는데, 생계가 급한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으니 또 마음이 움직이게 되더라. 그럴수록 이 문제가 주민들이 아닌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 그분들에게 두루미는 어떤 의미인 것일까.

임소연 위로이지 않을까. 처음에는 주민들에게 이득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이들이 여유를 부릴 상황도 아닌데 왜 두루미에 집착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런데 날은 춥고 땅은 메마르고 삶이 막막한 상황에서도, 자유로이 날아다니는 두루미들을 보면 아무 이유 없이 기분이 좋아진다더라. 사업으로 큰 빚을 지고 극단적 선택을 하려던 순간에 두루미가 날아가는 소리를 듣고 정신을 딱 차렸다는 분도 있었다. 두루미가 그저 인간의 도움을 받는 대상이 아니라, 서로 주고받는 공존하는 존재라는 것을 알리는 것이 결국 우리 영화의 목적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