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가은, 한준희, 조성희, 이옥섭, 이상근, 장재현, 엄태화 감독(왼쪽부터).
2002년. 장르영화 발굴 플랫폼으로 신설된 미쟝센단편영화제는 이현승 감독을 중심으로 김대승, 김성수, 김지운, 나홍진, 류승완, 박찬욱, 봉준호, 허진호(가나다순) 등 당시 한국영화계를 이끌던 쟁쟁한 감독들의 수호 아래 성장해왔다. 영화제는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2021년 잠정 중단되었고, 이에 동시대 극장가를 이끄는 영화감독 7인이 새롭게 의기투합했다. 엄태화, 윤가은, 이상근, 이옥섭, 장재현, 조성희, 한준희는 모두 한여름 땡볕 아래 열리는 단편영화제의 요람에서 자란 ‘미쟝센의 채무자들’이다. 이상근 감독은 <감상과 이해, 청산별곡>(2004), <베이베를 원하세요?>(2006), <간만에 나온 종각이>(2010)로 세 차례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최다 상영, 최다 수상자이고 조성희 감독은 <남매의 집>(2009)으로 미쟝센 역사상 7년 만의 대상 수상자라는 기록을 세웠으며 엄태화 감독은 <숲>(2012)으로 절대악몽(호러) 최우수상과 대상을 동시에 받는 기염을 토했다. 4만번의 구타 부문(액션·스릴러)에서 활약한 한준희 감독의 <시나리오 가이드>(2013),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멜로·로맨스)에서 2×9(이옥섭×구교환) 콤비의 서막을 알린 이옥섭 감독의 <4학년 보경이>(2014)도 있다. <12번째 보조사제>(2014)로 절대악몽 최우수상을 수상한 장재현 감독은 이를 확장한 <검은 사제들>로 장편 데뷔해 <파묘>에 이르렀다. 단편영화에 눈 밝은 이들이라면 누구나 경유했을 법한 윤가은 감독의 <손님>(2011), <콩나물>(2013)은 미쟝센을 거치진 않았지만 감독의 비옥한 토양이 되어 그가 심사위원으로 영화제를 재방문하게 만들었다. 신작 시나리오 탈고, 프리프로덕션, 후반작업과 개봉 준비까지, 제각기 분주한 7개의 타임라인이 미쟝센 부활을 위한 오프닝 신 위에서 유쾌한 어조로 맺혔다. 개최 2회째인 2003년에 <씨네21>을 찾았던 김대승, 봉준호, 오승욱, 이현승, 장준환 감독의 바통(408호, ‘칙칙한 과거 영화 vs 치열함 없는 요즘 영화’)을 이어받은 당대 감독들의 목소리가 여기 있다. 비정형의 장르영화, 그리고 도전적인 창작자들의 아지트를 염원하는 한밤의 수다를 전한다.
*이어지는 글에서 7인 감독의 인터뷰가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