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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단연컨대 새로운 복수극의 출발점, <아마추어> 제임스 하위스 감독

런던으로 출장을 떠난 사랑하는 아내가 불명의 테러 집단에 의해 살해당했다. CIA 소속 암호해독가인 찰리 헬러(라미 말렉)는 현장 요원은 아니지만 본사로부터 특수훈련을 받아 분노 섞인 복수를 준비한다. 하지만 며칠간의 강도 높은 훈련만으로 갑자기 전투력 높은 투사가 되는 것은 먼 세상의 일이었다. 그는 여전히 미숙하고 서툰 손으로 싸우고 방어하고 폭탄을 투척한다. 하지만 그에게는 자기만의 무기가 있다. 어느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두뇌 플레이, 전략 설계 능력, 기술 적용력. 인텔리 스릴러로서 <아마추어>는 프로페셔널한 카타르시스를 자극하기 충분하다.

사진제공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 로버트 리텔의 1981년작 소설 <아마추어>를 영화화했다. 연출자로서 영화 준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지점은 무엇인가.

아무리 소설에서 영감을 받았더라도 가장 중요한 건 시나리오다. 시나리오 안에 스토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어떤 장면을 입체적으로 펼치고 싶어 하는지, 연출자로서 내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는 얼마만큼 남아 있는지 등을 확인하고 난 뒤 확신이 강해지면 그때 소설이나 만화 같은 원작으로 돌아간다. 원작은 하나의 자료일 뿐이다. 이것을 계속해 세공해나가면서 디테일한 사항이나 주제를 더 강력하게 발전시킬 수 있다. 이러한 생각은 변하지 않는다. 각색 과정에서 중요하게 본 것은 시대성이다. 1980년대를 배경으로 했던 이야기를 어떻게 2025년에 걸맞게 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

- <아마추어>는 복수극을 다루지만 단순히 액션과 활극에 머무르기보다, 두뇌와 지능을 통한 스릴러를 본격적으로 다룬다. <아마추어>가 같은 장르의 다른 영화와 어떤 차별점을 취하고 있다고 생각하나.

전통적인 복수극을 뛰어넘는 것, 그게 내가 이 작품을 통해 추구한 점이다. 또한 철학적인 질문도 전면에 내세운다. 아내에 대한 복수심으로 찰리가 두 번째 타깃을 죽였을 때 해변가에서 인퀄라인(커트리나 밸프)이 그에게 슬픔의 본질과 기이한 침묵의 의미를 말한다. 그리고 묻는다. 그 침묵을 채우는 방식이 사람들을 죽이는 복수여야만 하냐고. 그게 옳은 방식이라고 믿느냐고. 도덕에 대한 논쟁은 리벤지 스릴러의 미덕을 한층 더 고차원으로 이끌어준다. 무엇보다 주인공이 미션처럼 뚫어야 할 단계들을 더 의미 있게 비춘다고 생각한다.

- 또 다른 특이점이 있다. 유튜브를 보며 문을 따는 서스펜스 주인공을 처음 봤다. (웃음)

<아마추어>가 눈 깜짝할 새에 능력을 키우는 전형적인 히어로였다면 전개가 지금과는 다르게 흘렀을 것이다. 훈련 캠프에 가서 사격을 배우고, 그걸 또 능숙하게 잘해내고, 몇 가지 임무를 물 흐르듯 처리해내는 슈퍼히어로처럼 그려졌을 것이다. 지난주에 뉴욕에서 <아마추어> 시사회를 열었을 때 유튜브 영상을 보면서 자물쇠를 따자 관객들이 모두 폭소했다. (웃음) 커다란 목표가 있지만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친숙한 인물이 등장할 때의 묘미가 있다. 그게 <아마추어>가 지닌 아마추어리즘의 특징이다.

- 그럼에도 찰리의 어리숙함이 나약함으로 비치지 않는다. 이 균형을 잡기 위해 공들인 느낌인데.

정확하다. 그게 내가 가장 공들인 부분 중 하나다. 이게 정말 어려운 조합이라. (웃음) 라미 말렉과도 자주 이야기했던 부분이다. 라미는 종종 자신이 너무 바보 같아 보이거나 약해 보일까봐 걱정했다. 그럴 때면 나는 “관객은 찰리의 현실과 조건, 목표와 열망이 무엇인지 잘 알기 때문에 다 이해할 거야”라고 말하며 다독였다. 찰리가 아마추어이기 때문에, 비숙련자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지지하게 되는 대중적 이해도 함께 따를 거라 믿었다. 이것은 영화 전체의 균형이기도 하다. 영화를 통해 찰리의 슬픔과 노력을 이해한 관객들은 그의 나약함을 절대적인 여건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다. 찰리의 설정이 원래부터 CIA 암호해독가이기도 하고. 그에겐 두뇌라는 명확한 무기가 있다.

- 미국, 런던, 파리, 이스탄불 등 다양한 국가로 이동한다. 예상과 다르게 촬영이 가장 어려웠던 곳은.

미국으로 등장하는 곳은 모두 영국에서 촬영했다. (웃음) 우리 촬영지의 베이스캠프가 영국에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고난도의 촬영 지역은 바로 런던. 대도시라 쉬울 것 같지만 정말 험난했다. 사람도 많고 촬영 허가를 받는 것도 어렵다. 특히 시내에 있는 가장 큰 역 중 하나인 세인트판크라스역에서의 촬영이 제일 힘들었다. 모든 촬영을 오전 6시 전까지 끝내기로 약속한 후 모든 여정을 마무리해야만 했다.

- 배우 라미 말렉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부터 자신의 복수전을 이끌어가는 냉철함까지 폭넓은 감정 연기를 해야 했다. 라미 말렉에게 어떤 디렉션을 주었나.

장면에 따라 심도 깊은 이야기를 오래 나누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촬영하는 장면 직전까지 찰리가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생각하는 것이었다. 우리가 촬영을 앞둔 새로운 장면에서 그는 어떤 감정을 품고 있을까, 문밖에 누가 있을까, 무서울까 그리울까, 지금 맞이한 슬픔은 전 단계에서 어떻게 그려졌나. 영화는 점진적으로 이야기를 쌓아가는 예술이기 때문에 우리가 어느 지점에 있는지 파악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라미 말렉과도 하나의 감정 지도를 채워가듯 우리가 무엇을 지나왔고 앞두고 있는지 계속 이야기했다. 라미 말렉의 세밀한 감정 표현과 연출 방식이 잘 맞아떨어지기도 했다.

- 그렇다면 라미 말렉과 가장 오랫동안 논의한 장면은 어느 구간인가.

의외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영화의 가장 초반부. 아내 사라(레이철 브로즈너핸)와 찰리는 사랑하는 부부로서 이 복수의 본질을 확립해줘야 했다. 다만 이 커플이 너무 귀여워 보이지 않게, 그러나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모습이 담겨야 했다. 찰리의 폭발하는 끓는점이 어디서부터 시작하는지 보여주기 위한 중요한 단초였다. 그의 뭉근했던 안정적인 온도는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 개인적으로 뒤늦게라도 보일러를 고치러 가는 찰리와 이제 막 여정을 출발하는 사라의 모습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마음에 드는 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