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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퇴마보단 퇴고가 시급하다, <귀신들>

영화 <귀신들>은 AI를 탑재한 안드로이드와 인간을 눈으로 분간할 수 없는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총 5편의 단편으로 구성된 옴니버스영화로 각각 <보이스피싱> <모기지> <노이즈캔슬링> <페어링> <업데이트>라는 소제목을 지니고 있다. 영화 속 안드로이드는 실종된 손자를 빙자해 노인에게 피싱 사기를 치는 가해자가 되기도 하며 한평생 주인의 대출을 상환해야 하는 노동자로 살거나 길고양이처럼 유기되는 등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또한 오래전 헤어진 연인의 말을 전달하기도 하며 항암 치료를 포기한 작가의 정체성을 기록하는 등 인간다움을 대체하기도 한다. 안드로이드와 마주치는 인간은 정체성에 혼란을 느낀다. <귀신들>은 <썰> 등 저예산 영화를 연출한 황승재 감독의 신작이다. 전작인 <구직자들>의 세계관을 확장한 저예산 SF영화다. 영화의 만듦새는 엉성하다. 일단 각본이 화려한 시각효과의 부재를 상쇄할 만큼 독창적이지 않으며 SF 장르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부족하다는 인상을 준다. 영화 속 AI는 안드로이드와 동의어로 쓰이는 데다 딜레마를 편의적으로 해소하는 데우스엑스마키나로 남용된다. 설정되지 않은 세계관은 이야기 안에서 허점과 모순을 드러내며 관객에게 혼선을 주기도 한다. 캣맘, 보이스피싱, 대출 등 현실을 일대일로 복사하는 데 그치는 설정도 세계관에 대한 깊은 고민의 결여를 드러낸다. 거기에 대사는 설명적이며 수다스럽다. 과잉된 음악과 남용되는 화면분할 등 서사와 어울리지 않는 연출도 의아함을 남기며, 감정을 이입할 만큼 매력적인 캐릭터도 드물다. 이요원, 백수장, 고 이주실 등 베테랑 배우가 고군분투함에도 영화의 단점을 포장하기에는 역부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