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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s Up] 신종 B급 장르의 출몰

<트랜스모퍼>

신종 B급 장르가 출현했다. 올해 미국에서 제작돼 DVD 시장으로 직행한 영화 <트랜스모퍼>. 외계에서 날아온 기계 악당들과 인간이 맞서 싸운다는 줄거리의 이 영화는 로봇 아가씨들과 사랑에 빠지는 미친 과학자, 싸구려 플라스틱 총으로 촬영한 총격신, 레즈비언들의 이야기를 담은 서브플롯 등을 포함하고 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마이클 베이의 <트랜스포머>를 염두에 둔 것이며, 그러나 내용상으로는 그것과 전혀 무관한 B급 오락영화다. 10월7일자 <뉴욕타임스>의 보도에 따르면 이 영화를 칭하는 장르명은 ‘목버스터’(mockbuster). ‘mock’(놀리다)과 ‘blockbuster’의 합성어다.

목버스터 <트랜스모퍼>를 제작한 곳은 ‘어사일럼’이라는 B급 호러 전문제작사. 이곳은 지난해 <다 빈치 보물> <스네이크 온 어 트레인> 등 또 다른 목버스터를 역시 DVD용으로 제작·판매해 짭짤한 수익을 거둔 바 있다. 어사일럼의 대표인 데이비드 마이클 랫과 그의 파트너 데이비드 리마와이는 2년 전 우연히 이 목버스터를 개발하게 됐다고. 이들의 첫 목버스터 모티브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우주전쟁>. 랫이 H. G. 웰스의 원작 소설을 자기 방식으로 각색, 제작한 <우주전쟁> 타이틀이 10만장이 팔려나갔는데, 이는 평소 어사일럼의 저예산 호러물의 타이틀당 판매량의 7~9배에 달하는 것이었다 한다. 두 사람은 곧 피터 잭슨의 <킹콩>의 목버스터 제작에 들어갔다. 제목은 <잃어버린 세계의 킹>.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 내용에 따르면 랫과 리마와이는 그들의 작업이 ‘목버스터’보다는 ‘타이-인’(tie-in: 끼워팔기, 관련물)으로 불리는 걸 더 선호한다. “비록 주류 블록버스터들의 제목이 갖는 홍보효과를 입긴 하지만 우리는 우리만의 고유한 영화를 만든다.” 랫은 자신들의 작업의 오리지널리티를 강조하며 이렇게 덧붙였다. “대중이 우리 영화를 보게끔 영화를 만들 뿐이다. 타이-인 작업은 누구나 한다. 다만 그들이 좀더 은근하게 잘하는 것뿐이지. 다른 메이저 스튜디오에서 거대로봇영화를 만들면 그 역시 <트랜스포머>의 타이-인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개봉제목은 ‘로봇 전쟁’ 이런 것이겠지. 우린 그걸 ‘트랜스모퍼’라고 부르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