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로서의 역사가 아닌 한 시기, 그러니까 <송환>의 완성 시점부터 현재까지의 시간을 평가해보면 역사가 항상 진보하는 건 아닌 것 같다. 남과 북의 수반이 만나 손을 잡고, 63명의 비전향 장기수들이 북녘으로 떠난 뒤 6년이 지났다. 그동안 우리는 오래전 분단을 획책한 세력이 여전히 통일을 가로막고 있음을 새삼 실감했다. 하지만 <송환>을 다시 보는 건 단지 장기수 할아버지들이 원수로 삼는 미국을 똑바로 대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송환>은 신념을 위해 30년 넘는 세월을 0.75평 감옥에서 보낸 장기수들을 무기력한 혁명가나 고집불통 늙은이가 아닌, 존재 자체로 통일운동의 희망과 힘을 주는 사람으로 그린 작품이다. 더불어, 꼭 그런 뜻이 아니어도 좋다. 필자는 ‘젊은 시절의 열정을 지켜낸 자가 성취한 특별한 삶’과 ‘노동의 숭고함’ 같은 보편적인 메시지를 <송환>보다 사무치게 전달하는 영화를 본 적이 없다. 김동원의 다큐멘터리는 지적이고 전문적이며 화려한 유와는 거리가 있지만, 굳이 표현한다면 ‘의로운 작업’인 그의 작품은 다큐멘터리의 경계를 넘어선다. 유독 심성이 오래도록 남는 건 그래서일 것이다. 일전에 해외공관용 자료에서 <송환> DVD를 봤음에도 시중에서 구하지 못한 건, 이 DVD가 독립영화협회 사이트 같은 곳에서만 판매되고 있기 때문이다(많이들 찾아가길 바란다). 개봉 당시 다큐멘터리 흥행 기록을 세운 <송환>은 아직 4900만 관객을 기다리고 있는 작품이며, 그에 맞게 아주 잘 만들어진 DVD는 우리가 꼭 보아야 할 홈비디오로 손색이 없다. 애써 중립을 지킨 영화의 내레이션보다 솔직한 심정과 상세한 제작 뒷이야기를 담은 음성해설, 영화에서 못 다룬 13명 장기수들의 또 다른 송환 이야기인 ‘자유를 넘은 사람들’(104분), 관객과의 대화(22분), 영화를 바라보는 시선(8분), 선댄스영화제 수상장면(2분), 감독의 작품 소개와 영화인들의 평을 수록한 ‘다큐멘터리스트 김동원’(26분) 등의 부록 곳곳에서 정성이 느껴지는 DVD다.
다큐멘터리스트의 의로운 작업, 4900만 관객을 기다린다 <송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