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효과 전문가가 되고 싶다”
올해로 8회를 맞이한 서울국제청소년영화제가 8월6일 수상작 발표와 함께 막을 내렸다. 올해 영화제에서 눈에 띄는 것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협찬으로 ‘아름다운 민주주의’라는 주제 아래 공모된 사전제작지원작들이라는 것. 총 14편의 작품 중 관객이 직접 선택한 ‘네티즌상’을 수상한 것은 박성권(19)군의 <빨간 운동화>.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로 진솔하게 풀어낸 그는 아현산업정보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이다. 대학 진학 준비에 여념이 없다며 미소짓는 그의 얼굴에서 학생다운 풋풋한 열정이 묻어났다.
-<빨간 운동화>는 어떻게 만들게 됐나. =지금 다니는 학교가 직업학교라 전공이 있는데, 내 전공이 바로 방송영상과다. 학교로 사전제작지원을 받는다는 공문이 와서 이런 프로그램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고, 시나리오를 써서 지원했는데 채택됐다. 수업을 받고 시험을 보면서 영화를 만든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주변의 도움을 많이 받아서 완성할 수 있었다.
-작품 속 아버지와 아들 이야기는 경험에서 나온 건가. =영화 속 아버지 캐릭터와 마찬가지로 실제 우리 아버지가 비행기 조종사이시다. 또 군인 출신이어서 고집스러운 성격이 있으시다. 중학교 때까지 아버지와 갈등이 많았고, 그런 것들이 작품에 반영됐다. 하지만 역시 영화이다보니 극적으로 만들기 위해 각색을 했고, 아버지 캐릭터를 극단적인 독재자로 만들게 됐다.
-빨간 운동화라는 소재에 착안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예전에 빨간 운동화를 산 적이 있는데, 어머니가 그게 뭐냐며 웃으시더라. 그 반응에서 아이디어를 얻었고, 빨간 운동화를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을 상징하는 하나의 소재로 영화에 삽입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빨간 운동화는 주인공이 바라는 자유, 꿈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전에도 영화를 연출해본 경험이 있나. =영화를 만들어본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원래도 영상쪽에 관심은 많았다. 직업학교를 선택하기 전에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2년을 다녔는데, 그때 학교 방송반으로 활동하면서 드라마나 콩트 같은 것들을 만들었다.
-직접 주연을 맡아 연기를 했다. =사실 연출이 주인공을 하면 작품을 볼 때마다 창피해서 안 되는데. (웃음) 다른 친구들에게도 부탁했는데, 다들 싫다고 해서 내가 맡을 수밖에 없었다. 사전제작지원이라는 것이 정해진 기간까지 작품을 완성하지 않으면 지원금을 다시 반납해야 하는 식이라, 시간을 두고 주인공을 고를 수 있는 입장도 아니었고. 그래서 아버지 역할은 담임선생님이 도와주셨다.
-영화감독이 꿈인가. =사실 연출보다는 특수효과쪽을 지망하고 있다. 대학에 진학하면 컴퓨터그래픽을 집중적으로 공부해서 그쪽 분야의 전문가가 되는 것이 목표다. 얼마 전 <괴물>도 재미있게 봤고,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등 사극영화에서 과거의 모습을 생생하게 재현하는 컴퓨터그래픽이 인상적이었다. 영화뿐 아니라 CF 등 특수효과가 필요한 모든 부분에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