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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어디 숨었니?

이번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호금전 특별전’을 마련했다 한다. 호금전 영화들 대개가 국내에 출시된 적이 있긴 한데, 정작 테이프는 존재하지 않고, “어디 어디 있다더라”, “누군가 지방 어디에서 봤다더라”, 또는 “있었는데 10여년 전 잃어버렸다” 등으로 전해지는 ‘전설’로만 존재할 뿐이었다. 오늘은 국내 비디오업계에 떠도는 호금전 비디오의 전설을 추적해보고자 한다.

<용문객잔>(1969)은 <용문의 결투>로 국내에서 개봉 및 출시까지 되었다고 하는데, 강남에 있는 모 대여점에서 테이프는 사라진 채 재킷만 남아 있는 것을 보았을 뿐이다. 서극이 리메이크한 <신용문객잔>으로 위안을 달래는 수밖에….

호금전의 대표작 <협녀>(1971)는 그나마 실물로 확인되는 전설 중 하나였다. 한때 비디오값이 15만원을 호가하여(그래도 살 수 없었다) 구하지 못했는데, 다행히 ‘영화마을 서대문점’이 보유하고 있어 그곳에서 빌려다가 찾는 고객들에게 다시 대여하는 방법을 모색했다. 그 비디오는 90분짜리로 2분의 1이나 잘려나간 러닝타임이었지만, 이번에 새로이 출시된 <협녀>는 180분 분량이다. 몇십년 만의 명예회복이다.

<충열도>(1975)는 1993년 스타맥스에서 재출시되어 그나마 가장 질 높게 존재하는 호금전 영화 중 하나로 손꼽힌다. 경주 불국사가 나온다는 <산중전기>(1979)와 무협물이 아닌 <천하제일>(1982) 역시 출시된 적이 있다고 전해져 내려오나 전국에 10여개만이 존재한다는 풍문만이 있을 뿐이다. 위에 언급한 영화들 중 내가 갖고 있는 것은 <충열도>와 <영춘각의 풍파>, 그리고 이번에 구입한 <협녀>뿐이다. 한국의 지난했던 비디오업계의 역사를 한눈에 보여주는 일화이다.

이주현/ 비디오카페 종로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