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영화제의 자부심’인 단편걸작선. 올해 역시 상상력으로 무장한 젊은 영화들이 부천을 찾았고, 그 중 한국단편 5편이 함께 묶여 상영되었다. 영화 상영 내내 허를 찌르는 듯한 반전과 유머에 웃음이 끊이지 않았으며 그 분위기는 정초신 감독의 사회로 진행된 관객과의 대화시간으로 이어졌다. 개인사정으로 참여하지 못한 <염소가족>과 <치열한 전투>의 신한솔, 부성철 감독을 제외한 3명의 감독들이 차례로, 예리한 눈과 귀를 지닌 관객 앞에 세워졌다. 해체된 가정의 어린아이가 겪는 두려움과 소외를 밀도있게 담아낸 권일순 감독의 <숨바꼭질>에 대해, “어머니의 시신이 항아리에서 발견되는 것은 너무 엽기적이다”고 농담스레 질문을 던지자, 권 감독은 “이 영화는 불안한 환경의 어린아이가 꾸는 악몽이다. 난 이런 엽기를 현실이라고 내세울만큼 잔혹한 사람은 아니다”라며 본인은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임을 내내 강조했다.
<케이지>는 빈센조 나탈리의 <큐브>를 연상시키는 작품. 근미래 한 남자가 인간 게놈의 모르모트가 되어 역진화를 당하는 내용이다. “시간 배열이 역순으로 구성된 점이 흥미롭다”라고 질문하자, “애초 시나리오는 그렇지 않았는데, 내가 원하는 비주얼을 중심으로 배치하다 보니, 거꾸로 됐다”라고 대답. 이 시간을 가장 유쾌하게 고조시킨 것은 뭐니뭐니해도,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외계에서 온 19호 계획>의 민동현 감독. 그는 제목에 대해 “팀 버튼의 <에드우드>에 등장하는 괴짜 감독 에드우드의 영화 <외계의 9호 계획>에서 착안했다. 한데 그 영화로부터 많은 시간이 흘렀으니, 외계인들의 계획도 늘어났지 않겠는가? 19호쯤 될 것 같아 그렇게 했다”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4명의 귀신은 어떻게 탄생했는가?”를 묻자 “혹자는 이 영화가 심형래 감독의 <영구와 땡칠이>에 바치는 오마주 영화가 아닌가한다. 그 영화에도 똑같은 귀신들이 나오긴 하지만, 난 단지 내키는대로 했을 뿐이다”라며 자신의 영화가 ‘오마주’와 ‘패러디’로 일관한 영화만은 아니라는 것을 극구 강조했다. 이날 자리는 영화만큼 재치있는 감독들의 응답 덕에 시종 흥미진진했다.
정지연/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