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록코트의 예장을 한 원숭이, 추송웅(1941∼1985). 77년 <빠알간 피이터의 고백>과 79년 <우리들의 광대>로 그는 연극계의 남성 모노드라마 일인자로 등극, 85년 겨울 급환으로 쓰러지기 전까지 모두 1천여 회의 공연을 통해 40만 명에 가까운 관객을 끌어 모은 신기록을 세웠다.
그런 그의 모습이 세 명의 ‘추송웅 주니어’들에 의해 스크린과 무대 위에 다시 부활했다. 16일 소향관 스크린에 빛을 뿌린 <빨간 피터의 고백(Go Back)>은 추송웅의 장남 추상욱이 프로듀서를 맡고, 차남 추상록이 시나리오 작업부터 기획, 연출, 무대장치, 연기, 음악 등 1인 6역으로 완성한, 원작과는 전혀 새로운 분위기의 작품. 추상미가 직접 카메라를 든 <추송웅을 추억하며>는 3일간의 짧은 제작기간에도 불구, 아버지에 대한 사랑과 연극계 후배이자 동료로서의 존경이 물씬 묻어나는 다큐멘터리. “아버지와 같이 사는 시간 속에서도 아버지를 잘 몰랐어요. 아버지에 대한 자료를 뒤적이다가 아버지야말로 강하고 거친 외모 속에 무수한 상처와 때로 섬약한 마음을 가진 분이란 걸 알게 됐어요.” 아버지의 인생을 읽어내려 가면서 결국 그녀가 깨달은 것은 ‘자신이 어디로부터 왔는가’와 ‘나 자신을 끊임없이 무대 위로 호출하는 힘이 무엇인가’에 대한 답이었다. 그녀의 두 오빠도 마찬가지. 연극을 하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보며, 어느새 자신들에게 자리잡은 부정할 수 없는 무대에의 애정은 그들로 하여금 아버지를 기억하는 자리에 나란히 서도록 한 것이다. “이제 같이 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것이 연극이든 영화든 서로에게 맞는 옷을 찾아내어 차려입고 무대 위에 설 거예요. 내 안에 아버지가 물려주신 열정이 남아있는 한.” 영화는 막을 내렸다. 그러나 그들의 공연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심지현/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