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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영화의 세계화를 경계함!

17일 오후 2시 부천 시청 대강당에서 상영된 는 <카이에 뒤 시네마>와 SRF(프랑스 감독협회의 약자)가 올해 칸 영화제에서 선보인 일련의 단편들. 세계화란 슬로건 아래 나타나는 미국영화의 독점적 지배 현상을 되묻는 내용으로 이뤄져 있다. 대략 5분 내외의 짧은 단편들이었지만 만든 이들의 개성이 잘 살아나 있는 이들 작품은 세계화가 영화제작의 다양성에 미칠 수 있는 영향에 대한 감독들의 입장을 개략적으로나마 살펴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해 주었다.

첫 번째 상영작인 독일감독 헬마 잔더스 브람스의 <물고기들의 영화>는 무차별적으로 진행되는 세계화의 위험을 상어에 빗대 말하고 있는 작품이다. 물고기의 냉소적인 내레이션과 ‘영화 제작에 협조해 준 모든 인간 스탭들에게 감사한다’는 등의 재미난 코멘트로 상영 초반부터 관객들의 시선을 잡아끌었다. 지아 장커(중국)가 만든 <개들의 처지>, 유스리 나스랄라(이집트)의 <불가능한 세계화> 등도 재미난 소재와 구성으로 많은 박수를 받았다. 장 마리 슈트라웁과 다니엘 위예(이탈리아) 콤비의 <칼 가는 사람>, 아르투로 립스테인(멕시코)의 <포코> 등은 익히 들어온 명성에 값하는 난해함으로 관객들을 당혹스럽게 만들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상영된 이현승 감독의 <디렉터 드라이버>는 감독 자신과 박찬욱, 곽경택 감독이 출연하여 세계화의 위험과 스크린쿼터의 필요성을 다소 직설적인 화법으로 다루어서 논의에 공감하는 많은 관객들로부터 커다란 호응을 이끌어냈다.

프로젝트 영화 상영 후 ‘문화의 다양성을 위한 우리의 질문: 세계화가 영화창작의 다양성에 미치는 위험’이라는 주제로 메가토크가 이어졌다. 김홍준 집행위원장의 사회 하에 베르트랑 타베르니에(영화감독), 피에르 리시앙(제작자), 토니 레인즈(영화 평론가), 이현승(영화감독), 양기환(스크린 쿼터연대 사무처장), 문성근(영화배우) 그리고 이충직 교수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토니 레인즈는 “세계화란 결국 균질화에 불과하며 영화적으로는 할리우드화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다만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옹호가 결코 보호주의나 국수주의로 나아가서는 안되며 또 그렇게 이해되어서도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토니 레인즈를 이어 베르트랑 타베르니에 감독은 한국영화인들의 자국 영화 보호를 위한 연대투쟁에 찬사를 표한 뒤 한 아프리카 감독의 인상적인 말을 소개하며 간접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이미지를 따라 꿈꾸기를 원한다. 아무도 우리 자신의 것이 아닌 다른 이들의 상상력의 결과물들을 우리에게 강요할 수는 없다.” 프랑스 영화에 대한 정부의 지원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다소 흥분된 어조로 “정부는 단 한 푼의 돈도 지원하지 않으며 단지 영화들을 통제할 뿐”이라고 강조하며 그 지원금이란 결국 관객들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것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후 토크는 스크린쿼터 연대투쟁의 필요성에 대한 문성근씨의 논리 정연한 주장과 쿼터연대의 현 활동상황 등에 대한 양기환씨의 소개 등으로 이어졌고 진행 도중 단상으로 불려져 나온 정지영 감독의 발언으로 마무리되었다. 참가자들이 토론을 벌이기에는 지나치게 짧은 시간이라 차례로 자신의 의견을 발표하는 데 그치고 말았다는 데에서 아쉬움이 많은 자리였지만 세계화라는 미명 아래 행해지는 획일화의 위험을 한 번쯤 되새겨볼 수 있었던 값진 자리이기도 했다.

유운성/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