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평론가 허창(본명 허창도) 선생이 3월27일 새벽 지병으로 유명을 달리했다. 향년 73살. 1927년 경남 충무에서 태어난 그는 56년 <국제신보> 문화부 영화담당 기자를 시작으로 그동안 <부산일보> 문화부장, 논설위원 등을 지냈다. 58년 <부산일보>가 주관하는 부일영화상 제정에 힘썼고 65년 이영일, 변인식, 김종원씨 등과 함께 한국영화평론가협회를 만드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1995년에는 유현목, 임권택 감독과 함께 ‘영화정의실천을 위한 모임’의 대표를 맡기도 했다.
빈소를 찾은 영화인들은 선생이 별세한 “3월27일은 자신이 산파 노릇을 ‘부일영화상’이 탄생한 날과 같은 날”이라며 애석해했다. 동료·후배 평론가들은 그를 두고 “강직하고 평생을 비타협적인 자세로 평론에 임했다”고 회고했다. 선생과 함께 기자활동을 했던 이목우 전 <부산일보> 기자는 <부산일보>에 쓴 그를 기리는 조문에서 “굽힐 줄 모르시던 당신의 쇠고집, 타협에 침을 뱉는 너무도 고달프고 차디찬 삶의 길, 그 깐깐한 성미 때문에 당신은 늘 외로우셨다”고 썼다. 독설을 입에 달고 다녔던 생전 그의 별명이 ‘허카포네’였을 정도였다. 허창 선생은 저서는 남기지 않았지만 <엔터테이너로서의 영화예술-한국영화의 현실 타개를 위한 시론>(1989) <영화의 발상과 총체적 구조>(1990) <인간존재의 비밀을 탐구한 영상>(1992) <머리와 가슴으로 만드는 영화-핸드메이드 정신에 대한 하나의 시론>(1994) <영화성장 가로막은 검열제도>(1996) 등 여러 편의 논문을 발표하고 영화계 현안에 대한 공개 세미나에서 후배들과 함께 토론을 벌이는 등 정력적인 활동을 펼쳤다. 최근 부산영화평론가협회와 부산국제영화제는 ‘허창 평론상’을 제정해 그를 기리고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때부터 시상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