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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버스터, 롱런보다 치고 빠지기

미, 스크린 수는 줄고 3천개 이상의 스크린에서 와이드 상영을 하는 영화편수는 증가

미국의 극장산업 침체로 스크린이 줄어드는 가운데, 블록버스터 한편이 차지하는 스크린 수는 점차 늘어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이중에는 극장당 3∼4관에서 상영하는 영화도 있어, 대형복합관을 활용한 스튜디오들의 ‘치고 빠지기’ 전술이 점차 노골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버라이어티> 최근호는 지난 한해 미국 내 스크린이 3만6천개에서 3만5천개로 크게 떨어진 데 반해, 개봉 첫주에 3천개 이상 스크린에서 개봉하는 영화편수는 10편에서 18편으로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올해 들어서만 3천개 이상 스크린에서 개봉한 영화는 <진주만> <슈렉> <미이라2>를 비롯해 모두 5편이다. 이는 96년에 1편, 97년에 2편과 비교하면 큰 차이다. 3천개 이상의 스크린에서 개봉할 경우 편당 프린트를 6천벌 이상 떠야 하는 등 개봉 준비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도, ‘가능한 한 많은 극장, 많은 스크린에서’ 개봉하는 사례가 많아지는 것은 그럴수록 개봉주의 박스오피스 성적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입소문이 나빠 둘쨋주 성적이 떨어지더라도 <진주만>(3214관·7520만달러)이나 <미이라2>(3401관·6810만달러)처럼 첫주 성적만으로 안정적인 고지를 점령할 수 있다. 영화의 함량에 따라 <배틀필드>나 <로스트 인 스페이스>처럼 기록적인 개봉관 수에도 불구하고 실패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크게 펼치는’ 영화들은 웬만큼 흥행이 된다. 이는 최신 블록버스터를 개봉주에 보고자 하는 관객의 심리 때문. 또한 배급업자들은 상영시간이 긴 영화일수록 많은 극장을 잡아야 매표수익을 높일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반면 극장주들은 스튜디오와 수익을 나눌 때 ‘단기 승부’보다는 ‘롱런’ 스타일을 통해 더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으므로 작금의 상영 스타일에 대해 불만이 많다고 한다.

그러나 영화산업 관계자들은 미국 내 극장산업이 활기를 잃어 스크린과 로케이션 수가 줄고 있는 만큼, 3천개 이상의 스크린에서 와이드 상영을 하는 영화편수가 지금보다 더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박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