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멜 깁슨의 폭력적 예수 영화

세실 B. 드밀부터 마틴 스코시즈에 이르기까지 영화사를 통틀어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를 다룬 영화는 100여편에 이른다. 절대적 경배부터 독신(瀆神)까지 스펙트럼도 넓다. 2004년 부활절 개봉을 목표로 현재 이탈리아에서 촬영 중인 멜 깁슨 감독의 <수난>(Passion)은, 예수영화의 사도 대열에 막내로 합류했지만 이슈메이커로서는 결코 ‘선배’들에 뒤지지 않을 전망.짐 카비젤이 예수 역을, 모니카 벨루치가 마리아 막달레나 역을 맡은 <수난>의 최대 화제는 모든 대사가 당대 로마인들이 쓰던 라틴어와 유대인이 쓰던 아람어라는 점이다. 게다가 자막도 없다. 독실하고 보수적인 가톨릭 신자 멜 깁슨이 감독, 제작, 투자 3역을 맡은 영화답게 ‘제대로 만들겠다’는 자존심을 내세우고 있는 것. “관객은 비주얼에 집중할 수밖에 없겠지만 무성영화 시대에도 사람들은 영화를 보러갔다”고 깁슨은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같은 인터뷰에서 멜 깁슨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1960년대에 라틴어 대신 지역언어로 미사를 진행하기로 한 결정이 교회 기구를 오염시켰다는 정통주의자의 불만을 털어놓아 논란의 씨앗을 뿌리기도 했다. 유대계 관객의 불만도 <수난> 제작진이 예상하는 수난. 이처럼 교조적인() 감독의 태도는 연출 스타일에도 적용되고 있다. 짐 카비젤은 촬영을 위해 보름 동안 십자가를 오르내렸는가 하면 너무 리얼하게 채찍질당한 나머지 어깨뼈가 탈골됐다.

파졸리니의 <마태복음>은 지루하고 스코시즈의 <예수 최후의 유혹>은 고증이 형편없었다고 비판하는 멜 깁슨이 밝히는 <수난>의 포인트는 폭력의 사실적 재현. 2500만달러 예산의 <수난>은 아직 배급사를 구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