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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당신> 감독 아핏차퐁 위라세타쿤

“이해하려 말고 느껴달라”

“내 영화에서 이해란 필요없다. 이해라는 차원에서 말하자면, 나조차 잘 모르겠으니까.” <친애하는 당신>을 들고 부산을 찾은 타이의 젊은 영화감독 아핏차퐁 위라세타쿤은 자신의 영화를 이해하려 하지 말고 그저 느껴달라고 조용조용 이야기한다. 올해 칸 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에 출품되기도 했던 <친애하는 당신>은 타이에 불법 체류 중인 버마인 민과 그의 여자친구 룽, 민을 돕는 중년의 여성 온, 이 셋의 미묘한 감정 흐름을 놀라울 만큼 느린 흐름으로 잡아내는 작품.

2000년 발표한 첫 장편영화 <정오의 낯선 물체>로 도저한 실험정신을 보여줬던 그는, 좀처럼 정체를 파악하기 어려운 자신의 영화에 관해 “작은 순간에 관한 영화이며, 풍경에 대한 영화”라고 설명한다. 그의 말처럼 그의 영화의 시선엔 묘한 구석이 있다. 이미지의 초점이 캐릭터들에게 맞춰지기보다는 주변의 사물이나 자연 풍경에 맞춰진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이 영화에서 사람은 산, 물, 태양처럼 풍경을 이루는 하나의 요소일 뿐이다.” 영화에서 풍경에 대한 그의 관점이 얼마나 확고한가 하면, “풍경도 하나의 캐릭터다. 풍경도 연기를 한다”고 주장할 정도다. <친애하는 당신>은 첫 장면과 마지막 장면을 같은 곳에서 찍었지만, 소리와 시간 등의 차이에 따라 완전히 다른 느낌을 줬다는 것. <친애하는 당신>에서 그는 이러한 ‘살아있는 풍경’을 동원해 소통의 어려움과 인간의 존재 조건을 표현하고 있다. 올해 PPP에 가져온 프로젝트 <엑스터시 가든> 또한 기억 속의 풍경, 예술적 풍경 등을 다룬다니, 머지않아 ‘풍경 영화’라는 소장르도 나올 법하다.

어찌됐건 그의 영화에서 상업적인 측면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올해 1월 타이에서 개봉할 때도, 오럴섹스신 등 두 장면이 삭제된 채 1개관에서만 상영됐고 흥행 성적도 그리 좋지 않았다. 일부 관객들은 화를 내기도 했단다. “적은 숫자지만 이 영화를 좋아한 관객들도 있었다. 생면부지의 사람으로부터 격려 전화가 걸려오기도 했다. 누군가 내 영화를 좋아한다는 사실에 행복했다.” 도무지 32살 남자의 얼굴이라고 믿을 수 없이 나어린 인상의 그는 영화를 만드는 이유에 대해 “우선 영화 외에 다른 것을 할 줄 모르고, 말을 잘 못하기 때문에 그림이나 글, 건축 등 예술을 통해 나를 표현해왔다. 현재까지는 영화로 작업하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글/문석 사진/임종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