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가 사비망록을 노리는 장량을 막기 위해 10갑자 넘는 벽력무공을 퍼붓고, 장량은 이에 맞서 괴력을….’
지난해 개봉한 영화 <화산고>가 아니냐고?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말씀. 이같은 학원고수들의 일합은 8월30일부터 본격적인 서비스를 시작한 온라인 게임 <화산고 기투전>(www.whasango.com)을 통해서도 볼 수, 아니 직접 할 수 있다. 영화 <화산고>의 배경과 캐릭터를 그대로 옮겨온 이 게임은 <포트리스2>처럼 특정한 맵 위에서 실시간으로 기공을 겨루는 온라인 격투게임이다. 그동안 <반칙왕>을 소재로 한 모바일용 게임이나 <후아유>와 함께 소개된 채팅게임 등 한국영화를 소재로 한 게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화산고 기투전>은 영화에서 비롯된 최초의 본격적인 온라인 액션게임이다.
이 게임은 모그엔터테인먼트의 윤강희 사장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 “지난해 7월인가 8월인가 대학 선배인 김태균 감독을 따라 <화산고>의 편집본을 봤어요. 머릿속을 뭔가 탁 치더라고요. 이거야말로 게임을 위한 영화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죠.” 한 대기업에서 신규사업팀을 맡다가 독립, 386닷컴과 CEO의 주식을 거래하는 사이트를 개발하기도 했던 그는 이 영화를 본 뒤 평소 꿈꾸던 게임을 향한 첫발을 내디뎠다. 영화를 보자마자 제작사인 싸이더스의 차승재 사장을 소개받아 판권 계약을 맺었고, 곧바로 게임 개발에 착수했다.
개발 과정에서 그는 학원무협물이라는 영화의 특성상 액션게임이 적합하다고 판단을 내렸다. 또 게임의 주된 고객인 10대의 감성에 맞게끔 캐릭터를 애니메이션의 그것처럼 만들었다. 게임의 개념도 영화 <화산고>에서 모티브를 따와 불, 냉기, 뇌전, 바람이라는 네 가지 기의 속성을 설정하고 이것이 서로 물고 물리는 관계를 맺도록 했다.
그런데 국내외를 막론하고 영화를 소재로 한 게임 중 크게 성공한 게 있었던가? “대박은 없었지만 손해본 게임도 거의 없었다”는 게 그의 답. 성공작이라 할 수 있는 최근의 <해리 포터>나 <스파이더 맨>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대부분의 영화 소재 게임은 최소한 실패하진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그 이유를 막대한 마케팅 비용에서 찾는다. 영화 마케팅 활동이 같은 브랜드를 쓰는 게임에까지 그 효과가 미친다는 얘기다. “<화산고>도 20억원 가까운 마케팅 비용을 쓴 것으로 아는데, 몇달 개봉하고나면 끝이라는 게 아쉽더라고요.” 마케팅면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다는 장점은 그가 영화를 게임으로 제작하게 된 배경이기도 하다.
그가 보기에 영화와 게임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영화가 종합예술이라면 게임은 그래픽에서부터 네트워크 기술까지 포함하는 정보통신 기술의 종합이라 할 수 있습니다.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공동의 작업을 펼쳐야 하는 과정도 비슷하고 감독이 존재해야 한다는 점 또한 유사합니다.” 또한 영화쪽 사람들과 교류하다보니 생각지 못했던 이점도 생겼다. 이 게임을 개발하면서 <화산고>의 원작자인 서동헌씨와 함께 작업한 것처럼, 영화 시나리오 작가는 게임 시나리오를 쓰기에 좋은 능력을 갖고 있다. 또 치밀한 기획이 필요하다는 점에서도 두 산업간 인력의 교류는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앞으로요? 우선 12월 <화산고>의 일본 개봉에 앞서 10월부터 일본에서 이 게임의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고, 나중에는 <툼레이더>처럼 내가 만든 게임이 영화로 만들어질 수 있다면 기분 좋겠죠.”글 문석 ssoony@hani.co.kr·사진 정진환 jungj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