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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 book] 재능이란 뭘까?
유진목 지음 난다 펴냄

영화감독, 시인, 에세이스트. 어느 쪽으로 불려도 어색하지 않은 시간을 작업하는 데 쏟아온 유진목에게 재능이란 뭘까. 경고. 실질적인 도움을 구하는, 데뷔를 갈망하는 창작자라면 <재능이란 뭘까?>를 불태우고 싶어질 수 있다. 추천의 말. 데뷔는 했고, 작품도 쌓였고, 대기 중인 작업도 있지만 번아웃에 시달리는, 다음달의 공과금을 걱정하는, 지속가능성만 생각하면 부정적인 생각에(때로는 죽음에) 사로잡히는 창작자라면 책장을 뜯어 먹어도 소화가 잘될 것이다. 당신에게서 나온 이야기 같을 테니까.

“지금은 그냥 불을 끄고 누워서 어릴 때의 오만을 흘러가는 구름처럼 바라보는 중이다”라는 문장에 밑줄을 긋고 다시 보니 책의 부제가 ‘쓰기에서 죽기까지’이다. 그 중간에는 무엇이 있는지가 유진목의 관심사다. 읽다보면 알 수 있다. 질문이 선행했다기보다는, ‘결론’으로 질문이 존재한다. 예컨대 “기회는 눈앞에 써 있는 것을 읽는다”는 문장은 “이 글은 충분히 좋지만 우리와는 맞지 않네요”라는 누군가의(십중팔구 영화 제작사의) 답변으로 이어진다. 기회라는 단어는 일이 성사될 기회가 아니라 검토될 기회다. 창작은 할 수 있지만 일이 성사되지는 않는 정도의 재능이라면 그것은 어떡하면 좋은가. 유진목은 쓴다. “정말로 죽지 않을 만큼만 돈을 주고 살려두면서 다른 선택도 못하게 하는 저주”, “내가 가진 재능은 이렇게 생겼다”. 표지 뒷날개를 보면 <재능이란 뭘까?>의 ‘막간-질문에 관한 유진목의 글쓰기’는 총 5권으로 완성될 예정이다. 질문에는 아직 물음표(질문의 기호)뿐이고, 부제는 ‘쓰기에서 죽기까지’, ‘입기에서 벗기까지’, ‘울기에서 웃기까지’, ‘늙기에서 잊기까지’, ‘보기에서 찍기까지’로 연결된다. 모로 가도 죽음으로 갈 수밖에 없는 흐름 속에서 재능이란 대체 뭘까. 무언가를 잘할 수 있다고 해서 그것으로 돈을 잘 벌 수 있다는 뜻은 아니다. 그걸 알면서도 그 길 위에서 계속 해나가야 한다. 재능에 대해 말할 때 사람들은 돈 얘기를 잘 하지 않는다. 데뷔할 때 비쳤던 스포트라이트는 그로부터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면 어디로 가는가.

생활은 작업을 분쇄한다. 노화는 작업-집중을 흩어버린다. 재능이 전부인 것처럼 느꼈던 시절을 지나, 재능이 저주처럼 느껴지는 영역에 발을 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창작 이외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어쩔 수 없이 당신의 탄식을 닮았을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