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culture stage] 그의 어머니

사진제공 국립극단

<그의 어머니>는 연극의 주인공 브렌다 카포위츠(김선영)를 주체인 동시에 객체로 상정하는 문장이다. 유대인 건축가 브렌다는 두 아들 매튜(최호재)와 제이슨(최자운)의 어머니다. 155분의 러닝타임 동안 펼쳐지는 단 하나의 사건은 매튜의 성폭력 범죄에 대응하는 브렌다의 혼돈과 방황이다. 따라서 <그의 어머니>는 작품의 주연이 누구이며 관객이 어떤 인물의 서사를 따라가면 되는지를 정확히 적시하는 제목이다. 한편 제목의 두 대명사, 그(Him)와 어머니(Mother)는 타인이 브렌다를 바라보는 굴레인 동시에 브렌다 스스로 짊어진 멍에라는 점에서 주인공을 타자화한다. 그는 여성 피해자 셋을 낳은 남성 범죄자가 자신의 피붙이라는 점에서 괴롭고, 언론과 여론이 자신을 범죄자의 어머니라는 이유로 집중포화하는 현상에 질식한다. 브렌다는 어머니이기 때문에 자식을 필사적으로 지켜야 하고, 어머니라는 이유로 성범죄자와 한 공간에서 부대껴야 하는 딜레마에 처한다.

<그의 어머니>를 보고 <마더>나 <케빈에 대하여>를 떠올리는 관객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어머니>는 두 영화처럼 모성의 신성성을 되묻는 법정이라기보다는 ‘어머니다움’에 순응하다 이내 저항하는 한 여성의 몸부림을 온 관중이 내려다보는 콜로세움에 가깝다. “사람들이 매튜를 나한테서 빼앗아갔어요. 그렇게 만든 그 애가 나는 미워요”라는 브렌다의 대사는 그래서 자식을 애써 돌보는 일에 임계점을 넘어선 한 인간의 절규이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식을 한번 더 믿어보려는 인간의 간청으로 들린다. 브렌다가 어떤 결말을 맞든 작품 안팎의 구경꾼들은 이를 ‘어머니의 선택’이라 귀결할 것이다. 그게 브렌다라는 복잡한 인간을 이해하는 가장 단순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기간 4월2~19일

장소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시간 평일 오후 7시30분, 주말 오후 3시, 월 공연 없음

등급 14세이상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