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예술영화관 운영은 세계 영화의 중심지인 LA에서조차 쉽지 않다. 100년 역사의 극장들이 재정난으로 문 닫을 위기에 놓였다는 뉴스가 주기적으로 보도된다. 그래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2007년 뉴 베벌리 시네마를, 2021년 비스타 극장을 인수해 운영 중이고, 2020년에는 넷플릭스가 재정난에 시달리던 이집션시어터를 인수했다. 다양성영화의 명맥을 이어가는 LA의 예술영화관 중 아메리칸 시네마테크가 그 중심에 있다. 아메리칸 시네마테크는 연중 영화 페스티벌을 기획해 관객에게 다양한 영화를 접할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포부를 내세워 1985년 출범했다. 이후 40년째 희귀작의 상영회는 물론 LA의 시네필과 영화 제작자들이 영화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토론할 수 있는 커뮤니티를 제공해왔다. 지금도 샌타모니카, 할리우드, 로스펠리스에 위치한 총 3개의 극장에서 회고전과 소규모 영화제를 기획해 상업영화 중심의 LA, 나아가 미국에서 독립영화의 설 자리를 마련하고 있다.
지난 4월9일에서 17일까지 아메리칸 시네마테크는 다큐멘터리영화제 ‘디스 이즈 낫 어 픽션’을 주최했다. 전설적인 명작과 최초 공개작, 리얼리티 TV, 여행기, 스포츠 중계까지 다양한 시대와 주제를 아우르는 총 39편의 논픽션 작품이 상영되었다. 개막작은 오는 5월 스트리밍 플랫폼 맥스에 공개되는 <코난 오브라인 머스트 고> 시즌2였다. 에롤 모리스 감독과 하라 가즈오 감독의 대담 및 회고전도 열렸다. 아메리칸 시네마테크는 극장에 진심이다. 영화 관람이 집단적인, 공동체적 경험에 기반한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최고의 화질과 음향으로 영화의 경이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는 목표를 뚜렷이 세운 단체다. 극장을 중심으로 한 영화산업이 위기를 맞이한 시대. 논픽션을 조명한 이번 영화제는 극영화가 영화의 전부가 아님을 상기시킨다. 예술의 가치를 재단하는 손쉬운 기준인 상업성과 별도로, 제작자와 관객, 영화의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이런 단체들이 세계 곳곳에 버티고 있다. 엔터테인먼트인 동시에 예술이고, 기록이자 정치 활동이며 교육 자료인 영화는 오늘도 미래에도 극장에서 관객과 만날 태세를 갖추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