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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구차한 자기 연민마저 로비답게 섹시하고 쿨하다, <베러맨>

어린 시절 아버지와 프랭크 시내트라의 <My Way>를 부르던 때부터 로비(조노 데이비스의 모션 캡처 연기와 로비 윌리엄스의 목소리 연기)는 스타가 되길 꿈꿨다. 타고난 무대 체질에 두둑한 배짱까지 갖춘 소년은 보이밴드 오디션에 합격하면서 목표에 한 발짝 다가서게 된다. 그가 막내로 합류한 그룹의 이름은 ‘테이크 댓’. 클럽을 전전하며 인지도를 쌓은 팀은 폭발적인 인기를 끌며 영국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로 발돋움한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얻은 유명세가 독이 된 것일까? 불안에 못 이겨 술과 마약에 중독된 로비는 불화 끝에 팀을 탈퇴한다. 솔로 가수 로비 윌리엄스로 대중 앞에 서야 하는 상황. 병들어가는 내면을 돌볼 새도 없이 로비는 성공적인 솔로 복귀에 매진한다. <베러맨>은 브릿팝의 아이콘인 로비 윌리엄스의 전기영화다. 다만 우리가 아는 능글맞은 로비는 털북숭이 침팬지로 등장한다. 그는 자신을 아직 진화가 덜된 상태로 여기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짐승에 빗댄 덕에 자전적인 이야기임에도 전성기 시절 저지른 수많은 잘못과 실패를 적나라하게 고백한다. 열등감에 매몰됐던 테이크 댓 시절부터, 공개 연인 니콜 애플턴에게 연인으로서 저지른 과오, 공황장애로 약에 취해 임했던 넵워스 공연까지. 성공과 슬럼프를 반복하는 전형적인 성공 신화 서사지만, 트러블 메이커였던 평판을 감안해도 유약한 내면을 전부 드러내는 솔직함에 집중하게 된다. <위대한 쇼맨>으로 시각적 성공을 거둔 마이클 그레이시의 연출도 로비 윌리엄스다운 화려함을 완벽하게 구현한다. 구차한 자기변명과 연민이 깃든 회고록도 <Rock DJ>와 <Let Me Entertain You>의 화려한 뮤지컬 시퀀스가 더해지며 수긍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