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앙정보국(CIA)은 할리우드 첩보물의 배경으로 익숙하다. 국가안보를 둘러싼 거대한 사건들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이곳에서, 신출내기 변호사 오언 헨드릭스(노아 센티네오)가 속한 법무과는 영화적 스포트라이트 바깥에 있는 작은 조직이다. 현장에서 목숨을 건 첩보활동이 벌어지는 동안, 법무과 직원들은 주로 책상에 앉아 민형사소송을 준비하며 음지에서 일을 처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파민 중독자’ 오언에게는 무채색의 사무실보다 피 튀기는 바깥세상이 훨씬 잘 어울린다. 어릴 적 아버지를 따라 한국에서 생활했다는 전사가 드러나는 <더 리크루트>의 두 번째 시즌에서 오언은 미국과 한국이라는 두 동맹국의 교차로에서 새로운 임무를 수행한다. 동맹이라는 이름 아래 흐르는 긴장과 의심, 그리고 끝없이 서로를 염탐하는 양국 정보기관의 복잡한 관계를 대표하는 두 인물, 오언 헨드릭스 역의 노아 센티네오와 장균 역의 유태오를 만났다.
- 새 시즌의 주무대는 한국이다. 지난 시즌에서 베이루트, 빈, 몬트리올 등을 방문했던 오언이 이번에는 서울에 도착해 규모 면에서 압도적인 활약을 선보인다. 한국에서 촬영하면서 새로운 영감을 받았나.
노아 센티네오 한국 문화는 정말 생동감이 넘친다. 갤러리, 박물관 등 로컬 아트 신에 뛰어들 시간이 더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그러지 못했다. 그럼에도 태오가 레스토랑, 시장, 탐험할 만한 장소를 알려주었다. 그에게 추천받은 모든 곳을 방문할 수 있었다.
유태오 노아는 이번 작품의 제작 총괄로 항상 바빴다. 동료 배우이자 현장의 리더였고, 혼자서 많은 신을 소화해야 했다. 상대역으로서 그의 작업 방식을 관찰하는 것이 흥미로웠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한국에서 일본, 러시아까지 뻗어나가는 알렉시 홀리의 대본도 재미있었다.
- 인터뷰, 소셜미디어를 통해 두 사람은 미술, 영화, 연기에 대한 열정을 공통으로 드러내왔다. 시리즈의 파트너로서 ‘이 사람이 내 사람이다’라고 생각한 순간이 있다면.
노아 센티네오 팀원들과 브런치를 함께했던 날이다. 태오가 그 공간에 들어왔을 때 생각했다. 나처럼 펑퍼짐한 옷을 좋아하는 듯 보이는데, 정말 편안하고 멋진 느낌이라고. 새로운 시즌에 완전히 문을 박차고 들어온 그는 훌륭한 파트너이자 인간상이다. 태오의 에너지는 타인을 향한 친절함에서 온다. 누군가와 하루 종일 함께해야 한다면 그건 아마 태오 같은 사람이어야 할 것이다.
유태오 오디션 과정 중 케미스트리 리딩을 하는 단계에서부터 우리 사이에 흐르는 비슷한 파장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작업 전엔 친밀하게 지낼 기회가 없었는데도 서로에게 끌리는 에너지를 느꼈다.
- <씨네21>과 인터뷰에서 할리우드의 전통적인 아시아 남성 묘사에서 벗어나고 싶고, 그건 스스로에게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더 리크루트>의 새로운 캐릭터 ‘장균’이 자신에게 적합한 역할이라 확신하게 된 계기는.
유태오 장균은 자신이 사랑하는 것을 위해 싸우는 사람이기에 보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인간적인 캐릭터다. 그의 이야기는 사랑과 믿음에 관한 것이다. 배우로서 항상 역할을 선택할수 있는 상황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캐릭터를 만난 것은 운이 좋았다. ‘나의 캐릭터가 이러했으면 좋겠다’ 하는 바람에 온 우주가 대답해 주었달까. (웃음) 특정 성별과 인종에 대한 고정관념이 이 세상에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스토리텔링은 우리에게 그것에 도전하고 재구성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생각한다. 문화적 경계를 초월하는 인간적 동기를 가진 캐릭터를 창조하는 것이 좋은 스토리텔링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 <더 리크루트>의 모든 캐릭터엔 뚜렷한 동기와 욕망이 있으며, 이들이 얽히고설키면서 새로운 사건이 추동되는 구성이다. 권태로운 일상을 거부하고 끊임없이 더 큰 무언가를 갈망하는 오언의 핵심 욕망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특히 이번 시즌 들어 그의 핵심 욕망이 진화했다고 생각하나.
노아 센티네오 물론이다. 시즌1에서 오언의 목표는 맡은 일을 잘 처리하는 것, 그리고 변호사로서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것이었다. 시즌2에서 그의 욕망은 앞서 실패한 사건이 불러온 혼돈에서 벗어나려는 것으로 바뀐다. 그는 CIA를 떠나고 싶은 욕망과 살아남고 싶은 욕망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다. 그러한 상황에 장균이 등장하면서 오언은 일시적으로 그의 사랑 이야기에서 구원을 찾고자 한다.
- 오언의 생존 욕구는 육체적 생존과 직업적 생존 중 어느 쪽에 더 가깝나.
노아 센티네오 처음에는 확실히 육체적 생존에 관한 것이었다. 그렇게 생존을 쫓으며 임무를 수행하다 보면 조직으로부터 버려져 감옥에 가거나 모든 경력을 잃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에게도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딜레마적 순간이 찾아온다면, 결국 살아남기 위해 모든 것을 할 것이다.
유태오 장균은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모든 것을 건다. 육체적, 직업적 생존에 실패하더라도 사랑에 투신하려는 것이 그의 핵심 욕망이라는 점에서 오언과 비교해볼 수 있겠다.
- CIA 변호사와 국정원 요원이라는 직업적 상황에 의해 두 캐릭터는 끊임없이 선택의 기로에 놓이며, 이는 생사의 갈림길로도 연결된다. 세계 제일의 정보력을 지닌 수많은 이해관계자들과 적대적 공생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두 사람의 처지에 몰입하는 데 가장 주요하게 작동했던 대사가 있다면.
노아 센티네오 시즌 후반에 두 인물이 생생하고 감정적인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은 이들이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것에 대해 많은 것을 드러내고, 두 사람 사이에 형성된 깊은 굴곡에 대한 이해를 가능하게 해주었다.
유태오 “내가 주도권을 잡겠다”라는 오언의 대사가 있다. 정치적, 인간적 불확실함에 끌려다니던 젊은 변호사가 모든 역경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새롭게 정의하는 중요한 대사다. 관객 또한 이 순간 진심으로 그의 직업적 성공과 육체적 생존을 바랄 것이다.